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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훈련 반대·평화협정 전환'… 김씨 발언, 북한 주장과 유사
'우리마당' 이적단체 연결 의혹
檢, 공안검사등 40여명 투입… 대규모 특별수사팀 구성
살인미수 혐의 영장 청구
박근혜 대통령이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사건에 대해 "범행 목적과 동기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한 가운데 수사당국도 대규모의 특별수사팀을 꾸려 범인 김기종(55)씨의 배후를 규명하는 데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난 5일 피습사건이 발생한 후 지금까지는 '폭력행위' 자체에 대한 수사에 주력해왔다면 앞으로는 사건 전반의 진상규명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범인 김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나 다른 공범에 대한 수사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검은 6일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리퍼트 대사 피습사건 특별수사팀을 구성했다"며 "김씨의 동기나 배후를 최대한 규명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사력을 쏟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별수사팀장은 공안수사 전반을 지휘하는 이상호 중앙지검 2차장이 맡았고 대공·테러사건을 담당하는 중앙지검 공안1부 검사와 수사관 20여명이 참여한다. 공안수사 최고 전문가들을 투입해 김씨가 종북세력과 연계되지는 않았는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있는지를 철저히 밝혀내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특별수사팀은 이 밖에 중앙지검 강력부, 첨단범죄수사부, 공공형사수사부 검사·수사관 20여명과 인터넷범죄수사센터의 지원도 받기로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역시 김철준 수사부장을 본부장으로 광역수사대원·사이버수사대원 등 75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꾸려 수사 속도와 강도를 높이고 있다. 경찰은 특히 "김씨가 수차례 북한을 방문한 사실이 있고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김정일 분향소를 설치한 적이 있다"며 "김씨의 행적과 배후세력, 공범 여부 등을 심층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검경은 이날 오전 김씨의 서울 창천동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하드디스크와 관련 문건, 휴대폰 통화와 문자 송수신 내역, e메일 등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범행 동기 및 배후와 관련해 김씨 본인은 '전쟁 반대' 뜻을 널리 알리기 위한 목적 외에는 없었으며 혼자서 결정하고 실행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김씨의 그간 행적을 보면 종북으로 의심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는 1999년부터 2007년까지 북한에 나무를 심는다는 이유 등으로 모두 8차례 방북한 적이 있다. 또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직후에는 국가보안법피해자모임 회원들과 함께 덕수궁 대한문 앞에 김정일의 분향소를 설치하려다가 보수시민단체 회원들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김씨는 또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한미연합 군사훈련 반대 등을 위해 수시로 시위를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주장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꿔야 한다'는 내용 등은 북한의 입장과 유사하다는 분석이다.
김씨가 대표로 있는 진보시민단체 우리마당 또한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우리마당은 '전쟁 반대 평화 실현 국민행동'이라는 단체의 일원이었는데 여기에는 법원으로부터 이적단체 판결을 받은 조국통일범민족연합·민족자주통일중앙협의회·우리민족연방제통일추진회의 등도 속해 있다. 최근 헌법재판소로부터 해체 선고를 받은 통합진보당도 이 단체에 속해 있었다.
일각에서는 김씨에 대해 특정 조직에 속하지 않은 '외로운 늑대'였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김씨의 대학 후배였다는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김씨는 돌출행동을 반복해서 주위의 신뢰를 얻지 못해 활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김씨의 범행은) 이념적인 문제라기보다는 극단적인 민족주의 성향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검찰은 이날 김씨에 대해 살인미수, 외교사절 폭행,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일반 상해죄가 아닌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한 데 대해 "25㎝에 이르는 과도라는 위협적인 흉기를 사용했고 리퍼트 대사의 상처 부위가 자칫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었던 곳이라는 점 등을 살펴볼 때 충분히 살해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