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12월 2일] 美 의회에 서는 反 FRB 정서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지난 30일 2009년 한해 세계에 가장 영향을 끼친 사상가로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꼽았다. FP는 버냉키 의장을 영향력 1위의 사상가로 선정한 이유로 대공황의 벼랑 끝에서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를 구한 것을 꼽았다. 버냉키 의장은 그의 지론대로 디플레이션 위기에 맞서 돈의 홍수를 일으켰고 이런 대처법은 그를 세계를 빛낸 위대한 사상가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버냉키 해법에 대한 찬사는 어디까지나 이코노미스트를 비롯한 지식층의 견해일 뿐이다. 최근 갤럽이 실시한 미국 공공기관 지지도 조사에서 FRB는 낙제점인 30점을 받았다. 만년 꼴찌인 국세청(IRS)이 40점을 받은 것을 보면 FRB에 대한 국민적 불신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다. 미국인 사이에 일고 있는 반 FRB 정서의 뿌리는 구제금융(bailout)이다. 눈앞의 금융위기를 못 본 무능한 감독자라는 비판을 차지하고서라도 위기를 초래해 일자리를 빼앗은 월가에 대한 구제금융은 국민적 공분을 낳기 충분했다. 모기지 대출자의 14%가 차압을 당했거나 그렇게 될 위기에 몰려 있고 구직단념자를 포함한 실질실업률이 17%에 이르는 냉혹한 현실이 월가의 보너스 잔치와 오버랩되면서 반 FRB 정서를 쉽게 누그러트리지 못하고 있다. FRB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의회를 움직이고 있다. 상원은 FRB로부터 금융감독 기능을 박탈하려 하고 하원은 통화정책에 대한 의회감사권 부활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두 법안이 다수 의원의 지지를 받는 것은 아니지만 FRB를 둘러싼 정치지형은 1913년 창설 이후 가장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최근 버냉키 의장이 대중 앞에 부쩍 자주 나서는 것도 FRB에 대한 비판여론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버냉키 의장은 상원 인준청문회를 닷새 앞둔 지난주 말 워싱턴포스트(WP)에 "의회는 FRB에 간섭하지 말라"는 요지의 기고문을 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훼손되면 시장과 경제를 위협할 것이라는 당연론에 가까운 주장이기는 하나 의회를 겨냥한 공개적 의견표출은 이례적인 일이거니와 시장교감 차원을 넘어선 정치적 행보에 가까워 놀랍다. 국민과 의회로부터 견제받지 않는 FRB의 독립성은 금융위기를 신속히 진화하기도 했고 그 과정에서 월가의 구제금융을 낳았다. 처방은 같지만 의사에 대한 신망도 평가는 엇갈린다. 버냉키 의장이 지켜달라고 여론에 호소한 FRB의 독립성 평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작 넘어야 할 산은 내년 하반기쯤 예상되는 금리인상 과정에서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압력을 견뎌낼 수 있을까 여부다. FRB는 신용위기를 신용팽창으로 틀어막았다. 새로운 버블과 인플레이션이 잉태되고 있음을 모를 리가 없다. FRB가 목청을 높이는 만큼이나 스스로 독립성을 지킬 수 있을지 지켜볼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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