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현대판 오페라의 유령

김진형 남영비비안 대표이사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는 비극적인 주인공이 등장한다. 오페라 극장 지하에 숨어 살아야만 했던 정체불명의 신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선천적인 기형 탓에 흉하게 일그러진 얼굴을 갖게 됐지만 그는 모두를 한 번에 감동시킬 만한 천상의 목소리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생모마저 외면하고 가면을 던져줄 만큼 흉한 외모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했다.


비록 꾸며낸 이야기이긴 해도 '오페라의 유령'은 외모가 사회적 가치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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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가 자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지만 남인 제3자가 보고 판단하는 부분이 더 크다. 그렇기에 외모에 대한 평가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더욱 날카롭고 매정하기 마련이다. 오랫동안 '내면의 미가 진정한 아름다움'이라는 말이 전해져 내려온 것과 달리 오늘날 외모는 금액으로 환산이 가능한 금전적 가치로 자리 잡았다. 어느 기업에서 자사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인기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하고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불하는 것도 외모에 대한 평가를 돈으로 평가하는 세태가 반영돼 있는 것이다. 그 결과 누군가의 외모는 타인이 정한 금액이라는 '객관적' 가치에 따라 가치가 결정된다. 외모에 대한 자신의 만족도나 가치 판단은 지극히 '주관적'인 잣대가 돼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외모에 대한 객관적 판단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사람에 따라 타인의 외모에 대한 기준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모가 하나의 사회적 가치판단의 척도가 되기엔 애매모호한 부분들이 많다. 그런데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마치 외모가 사회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처럼 보기에 좋은 것을 선호하는 것까지 막을 수 없다 하더라도 그것으로 사람의 가치를 매기는 것은 문제가 된다. 때로는 외모에 따라 삶의 질마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누구는 멋진 무대의상을 입고 오페라 무대에 오를 자격이 있고 다른 누구는 천상의 목소리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지하 감옥에서 평생을 보내야 한다고 누가 감히 규정할 수 있을까.

요즘은 스스로를 '외모'라는 지하 감옥에 가두려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의 외모에 대한 만족도는 크게 떨어지고 성형을 통해 획일화된 미의 기준을 따르려고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안타깝다. 성형수술을 통해 본인의 외모나 인상을 좋은 방향으로 바꾸고 그로 인해 자존감도 높아진다면 좋은 일이겠지만 불행히도 거기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중독의 길로 들어서는 경우도 많다. 또한 잘 해결되지 않는 현재 상황의 원인을 무조건 외모에서 찾고 외모를 개선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그럴수록 자기 자신은 어둡고 음침한 극장의 지하 감옥에 깊숙이 갇히는 셈이다. 새해에는 흉터도 없는 얼굴을 가리고 있는 가면은 벗어버리고 스스로 자신의 외모에 대해 자신감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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