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평범한 건물에 예술을 입히다

키스 소니에, 크리스찬 뒤베누아 등 공간에 생명력 불어넣는 예술 시도

아트클럽1563에서 전시중인 키스 소니에의 설치작품 '형광룸'

서초동 1563번지 하몬프라자 외관. 영국작가 리처드 우즈가 페인팅작품으로 건물 외벽을 장식했다.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1563번지. 주거용 빌라와 사무용 건물이 오밀조밀 뒤엉킨 이곳에 ‘예술적인’ 새 공간이 나타났다. 산업용 냉각장치 업체인 한국하몬의 사옥이다. 흰색 바탕에 검은 선을 반복적으로 그은 건물 외관은 멀리서도 눈에 띈다. 영국작가 리차드 우즈의 페인팅 작품이다. 공공미술에 활발히 참여해 온 작가가 영국 시골의 튜더 스타일(Mock Tudor) 건물에서 영감을 받아 헤링본 무늬 장식패턴을 형상화했다. 제목은 ‘서울 튜더’로 현대의 도시공간에 시골 정원풍경을 설치해 역사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자 의도했다. 최근 청담동 MCM 하우스 외벽을 색색의 나무바닥 문양으로 장식했던 것 역시 우즈의 작품이다. 5층으로 올라가면 프랑스식 옥상정원이 조성돼 있다. 베르사유 궁전 내 마리 앙트와네트 가든을 디자인한 파리 출신의 정원 건축가 크리스찬 뒤베누아가 디자인했다. 꼭 한 번 한국을 찾고 싶었다는 뒤베누아가 지방 수목원까지 뒤지고 다니며 나무 한 그루, 꽃 한 송이를 일일이 골라 꾸민 것으로, 도심 한가운데서 생명의 의미와 정취를 찾게 하는 곳이다. 작가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에르메스 부티크스토어 등 세계 유수의 옥상정원을 디자인했다.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어둑한 지하공간에서 빛의 통로가 펼쳐진다. 번지수에서 이름을 딴 비영리 현대미술공간 ‘아트클럽 1563’이다. 은은한 빛은 대형 스폰지 박스에 뿌려진 형광 파우더에서 스며나온다. 푸른색과 녹색, 주황색과 노랑 형광가루가 달빛 같은 조명 아래서 환상적으로 펼쳐진다. 현대미술가로서 처음으로 산업재료인 네온을 예술에 접목했으며 공공미술의 새 개념을 연 ‘뮌헨 국제공항 프로젝트’ 등으로 유명한 거장 키스 소니에의 설치작품인 ‘형광룸 프로젝트’다. 스크린에서는 소니에가 플럭서스(Fluxus) 멤버로 백남준과 함께 활동할 때 제작한 영상물도 볼 수 있다. 세계적인 작가지만 한국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평범한 건물은 영국에서 활동해 온 독립큐레이터 이지윤 씨가 한국하몬, 자생한방병원 등의 후원으로 새롭게 꾸며 예술적 랜드마크로 다시 태어났다. 이 씨는 “삭막할 수 있는 공간이 예술로 활력을 얻었다”며 “‘아트클럽 1563’은 국제적인 현대미술가의 작품전, 큐레이터 양성과 신진작가 지원 등을 목표로 지속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02)585-5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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