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수를 살리기 위해 지난해 특별소비세 대상 품목들에 대한 세율을 대거 폐지ㆍ인하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내수회복에는 그리 도움이 되지 못한 채 세수(稅收)만 잔뜩 축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특별소비세 세수는 지난 2001년 3조5,000억원에서 2002년 4조3,000억원, 2003년 4조8,900억원 등으로 계속 증가세를 유지하다 특소세율의 인하 및 폐지가 시작된 2004년 4조6,000억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올해에도 연초 예상했던 5조1,339억원을 크게 밑돌아 4조4,617억원에 그칠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수립하면서 특소세를 올해 당초 예상액(5조1,339억원)보다 11.5%(5,898억원) 줄어든 4조5,441억원으로 책정했는데 주요 세목 가운데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 것은 관세와 특소세가 전부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내년도의 이 같은 예상액도 솔직히 민간소비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계속 살아나줘야 가능하다”며 쉽지 않은 목표임을 인정했다. 특소세수가 이처럼 계속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세율 인하나 폐지 효과가 내수로 직접 연결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2003년 1조1,000억원의 세수를 거둬들이며 전체 특소세수의 20% 이상을 차지했던 자동차 특소세의 경우 특소세율을 인하한 지난해 6,000억원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특소세를 낮췄으면 자동차 판매가 그만큼 늘어나야 하는데 판매량은 늘지 않고 징세액만 줄어든 셈이다. 고가 수입차 업계들의 배만 불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소세수의 이 같은 지속적인 감소추세는 정부가 중장기적으로 추진 중인 세제개편 방향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중장기적으로 특소세를 폐지하고 이를 부가가치세로 일원화하는 것이 옳다”고 말한 바 있다. 문제는 부가세 세율을 어떤 식으로 책정하느냐인데 일원화 방침이 최종 확정될 경우 부가세율의 과세구간을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처럼 이원화해 현행 특소세 대상 품목들의 세율을 높은 수준에서 책정하는 방안도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