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동시다발적 양적완화 조치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불거지면서 유전ㆍ인프라ㆍ선박 등에 투자하는 실물자산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분리과세 등 절세혜택이 있는 데다 주식시장에 상장돼 거래되기 때문에 현금화도 쉬워 고액자산가는 물론 일반 투자자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7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실물자산펀드 설정액은 올 1월 8조5,817억원에서 10월 현재 10조8,524억원으로 9개월 동안 2조2,700억원이 늘었다. 최근 국내 증시 상승으로 환매 부담 때문에 설정액이 줄고 있는 국내 주식형펀드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실물자산펀드 가운데 자금이 많이 몰리는 상품은 선박ㆍ인프라ㆍ유전펀드다. 인프라펀드에는 지난달 1,311억원이 순유입된 것을 비롯해 연초 이후 5,533억원이 들어왔다. 유전펀드와 선박펀드도 올 들어 각각 5,273억원, 1,105억원의 자금을 끌어 모았다. 개별펀드로는 '흥국인프라사모특별자산 2호[BTO]'가 2,068억원을 모았으며 4호까지 설정된'더커뉴프론티어사모해외자원개발특별자산[유전]'에는 1,886억원이 유입됐다.'현대OceanStar선박사모특별자산1호[채권]'도 951억원이나 들어왔다.
이처럼 선박ㆍ유전ㆍ인프라 등 실물자산펀드가 인기를 끄는 것은 인플레이션 헤지 효과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기준금리 인하 추세와 함께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실물자산은 금융자산과 달리 인플레이션 리스크로부터 자산가치를 보호할 수 있기 때문에 실물자산펀드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절세 혜택도 실물펀드의 큰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인프라펀드는 당초 올해 말 분리과세 혜택이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지난 8월 세제개편안에 따라 분리과세가 2년 연장됐다. 이에 따라 2014년까지 배당수익 1억원 이하에 대해서는 5.5%, 1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15.4%의 분리과세가 적용된다. 지난 8월 세제개편안 이후 절세 매력이 부각되며 인프라 펀드로 1,526억원이 추가로 들어왔다. 선박펀드도 2013년말까지 1억원 이하에 대해서는 5.5%, 초과분에 대해서는 15.4%의 분리과세가 적용되며 유전펀드는 2014년말까지 3억원 이하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5.5%, 3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15.4%의 분리과세를 적용 받는다.
이들 펀드들이 주식시장에 상장돼 거래되면서 현금화가 쉽다는 점도 인기를 높이는 요소다. 펀드 설정 때 투자를 하지 못했더라도 증시에서 이 펀드를 주식처럼 사고 팔아 차익을 남길 수 있다. 현재 '하이골드오션선박특별자산'과 '맥쿼리인프라펀드', 한국투자ANKOR유전해외자원개발특별자산1호,'하나 UBS암바토비니켈해외자원개발'등이 주식시장에 상장돼 거래되고 있다. 맥쿼리인프라펀드는 지난 8월 세제 개편 이후 주가가 8% 가까이 뛰었다.
이은경 제로인 연구원은"금융종합소득과세 기준이 4,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낮아지면서 분리과세 혜택이 유지되는 인프라ㆍ유전 펀드에 고액자산가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일반 투자자들도 주식시장에 상장된 실물펀드 거래에 참여해 수익을 즉시 현금화 할 수 있고 일정 기간 보유하면 배당수익까지 올릴 수 있어 관심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실물펀드 가운데 와인과 미술품ㆍ홍삼 등 소비형 테마펀드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맞물려 맥을 못추고 있다. 소비형 테마펀드에서는 연초 이후 88억원이 유출됐고 '현대스위스홍삼사모특별자산투자신탁(대출채권)'등 3개 펀드가 해지됐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유로존과 미국의 경기 침체로 와인이나 미술품 시장도 불황을 타고 있다"며 "소비형 테마펀드는 기초자산 가격 변동성이 커 가격 산정이 어렵고 수익구조도 알기 어려워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