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미약하나마 회복세를 이어가던 중국경제에 비상등이 커졌다.
23일 HSBC는 중국의 지난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가 49.6을 기록해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50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HSBC 제조업PMI 50.4는 물론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4월 PMI 50.6보다 큰 폭으로 떨어진 수치다. PMI가 50을 넘어서면 경기확장 국면, 50보다 아래면 경기수축 국면을 의미한다.
이 같은 5월 제조업지수의 부진으로 중국경기가 2ㆍ4분기에 바닥을 찍고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물 건너간 데 이어 중국경제가 다시 위축 국면에 들어서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미 4월 제조업PMI 확정치가 50.4을 기록해 예상치를 밑돌며 경기회복 속도가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HSBC는 특히 하부 지수인 신규 주문이 49.5까지 하락하며 지난해 9월 이래 최저치를 기록, 중국의 내수가 수출부진을 만회할 만큼 크지 않음을 시사했다. 전체 PMI 조사항목의 90%를 차지하는 신규 주문과 신규 수출주문도 모두 부진했다. 내수와 수출 모두 성적이 좋지 않은 셈이다. 취홍빈 HSBC 이코노미스트는 "둔화된 중국의 국내수요와 계속되는 해외수요 감소로 제조업 활동이 냉각됐다"며 "2ㆍ4분기에도 경기둔화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조업지표가 둔화되며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중국의 성장률 예상치를 계속 낮추고 있다. 블룸버그가 조사한 55개 금융기관의 중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예상치는 4월보다 0.1%포인트 하락한 7.9%를 기록했다. 8%대가 무너진 것이다. 일본 다이와증권은 당초 8.1%로 제시했던 중국의 성장률 예상치를 무려 1%포인트나 낮춘 7.1%로 제시했다.
중국의 제조업경기 둔화는 글로벌 수요회복이 더디다는 문제보다 중국 내부 문제가 더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중국 정부가 내수진작을 목표로 하면서도 여전히 '제조업 투자 의존→과잉생산→제조업 경기악화'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과잉생산 문제는 중국 제조업의 버팀목인 국유기업의 실적둔화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재정부가 이날 발표한 1~4월 국유기업 실적에 따르면 중앙과 지방 국유기업의 매출은 각각 전년동기 대비 9%, 12.3% 늘어났지만 수익은 대형 국유기업인 중앙이 12.8% 증가한 반면 지방 국유기업은 14.6% 감소했다. 마크윌리엄스 캐피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균형조정은 중국 정부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라며 "그러나 중국 정부는 경제 균형조정에서 진전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중국 제조업의 수익이 감소한 원인에는 일본의 양적완화에 따른 위안화 평가절상도 한몫을 하고 있다. 이날 엔화 대비 위안화 환율은 4개월 만에 다시 6위안대마저 무너져 버렸다. 중국 외환교역센터는 이날 100엔당 위안화 중간가격(기준가격)을 전날보다 0.0446위안 내린 5.9797위안으로 고시했다. 중국은 선진국의 양적완화 이후 핫머니가 대거 유입되면서 환율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해 수출경쟁력 약화 등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경기부진에도 중국 정부가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은 작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중국 인민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년 6월까지 상향 조정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중국 정부가 8%가 아닌 7~7.5%대의 점진적 경제성장을 용인한 만큼 금리인상을 통해 지방부채와 부동산 버블을 우선 해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리웨이 스탠다드차타드(SC) 이코노미스트는 "점진적 경제성장 구도에서 내년 6월까지 예금금리가 3.0%에서 3.75%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