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품소재산업을 살리자/좌담회] "IT 접목 원천기술 확보 주력해야

정부는 '부품소재 육성특별법'을 제정하고 2010년까지 우리나라를 부품ㆍ소재 산업의 세계적인 공급기지로 육성한다는 10개년 전략을 지난 7월 발표, 시행에 나섰다.매년 부품소재 전문기업 1,000개 이상 창업을 유도하고 50여개의 차세대 수출주도형 핵심 부품ㆍ소재 기술을 개발, 육성키로 한 것이다. 국가전체 산업에서 부품소재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감안할 때 때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정책의 현실성이 높아 기대도 그만큼 크다. 서울경제는 현재 부품소재산업분야의 현황을 점검해 보고 앞으로의 전망과 활성화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좌담회를 마련했다. ▦ 사회(최성범 성장기업부장) = 지난 1년 동안의 성과를 평가한다면. ▦ 이희범 산업자원부 차관 = 부품소재 개발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지는 지난 86년부터다. 당시 9,255개 품목을 고시하며 정부가 앞장섰다. 이번 부품소재 육성 전략은 시장친화적 접근법을 취한다는 게 근본적으로 다르다. 현재 생산기술연구원 등 공공연구기관 15개가 부품소재통합연구단을 만들었다. 여기서 기술개발품목을 도출하고 원천, 응용, 상용화 기술 등으로 구분, 지원내용을 연구중이다. 이 과정을 통해 개발계획에 대해 공고를 내고 기업의 신청을 받아 협약을 체결한다. 그러면 벤처캐피털 등 기관투자가 52개가 만든 투자기관협의회에서 가능성을 판단, 투자여부를 결정하고 정부는 전체 투자금액의 50% 선에서 출연금을 낸다. 다시말해서 정부는 뒤로 물러서고 민간캐피털이 사업성여부를 판단, 관리감독하는 체제를 구성했다. 여기에 일종의 보험인 신뢰성보장사업을 덧붙였다. 정부에서 150억원을 지원하며 현재 국회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이로써 기업이 (기술을)개발하고 투자기관협의회에서 감독, 공공기관이 보장하며 문제가 생기면 보험으로 커버하는 시스템이 완료된다. 사업성과가 적지 않다. 올해 75개 업체가 참여했으며 1개 업체가 코스닥에 등록했다. 특히 대일역조도 9월 말까지 전년대비 27억달러의 개선을 이루기도 했다. ▦ 사회 = 부품소재 산업도 역시 세계를 대상으로 경쟁을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기술적인 측면에서의 가능성을 어떻게 보십니까? ▦ 주덕영 부품소재통합연구단장 = 15년 전에는 목표가 국산화였다. 선진국제품을 복사하는 리버스 엔지니어링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과거의 문제점을 파악해 수요자위주의 접근법을 취하고 있어 성공을 자신한다. 이제는 연구개발형이 돼야 한다. 우리 중소기업은 대기업 임금의 반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우수인력이 가질 않는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연구기관의 인력을 지원해야 한다. 기업은 우수인력을 쉽게 이용하고 연구소는 실용지향적으로 바뀔 수 있다. 기업과 연구소 모두 윈윈 게임이다. ▦ 사회 = 시장친화적 부품소재산업 육성 계획이라는 점에서 관리감독 기능을 맡고 있는 벤처캐피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김동필 부품소재투자기관협의회장 = 부품소재투자기관협의회에는 현재 벤처캐피털등 46개사가 가입해 있다. 현재 1차 기술개발사업 43개에 453억원을 투자했으며 정부출연금 663억원을 포함 총 1,419억원을 조성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회원사간 토론회를 열고 있으며 그외 선정기업을 대상으로 매체광고를 이용하거나 해외전시회, IR등에 참가, 사업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미국계 자금 1억달러 유치를 추진중이며 대외협력사업의 일환으로 해외기관과의 정보공유를 강화할 예정이다. 해결해야 할 문제로는 기술개발이후 양산체제와 마케팅에 필요한 자금을 적기에 조달하는 일이다. 현재 평균 100억~150억원 규모로 7~10개의 투자조합을 내년중 결성할 예정이다. 세제지원이 뒷받침되면 조합결성에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둘째, 기술개발이후 시제품 양산등을 위해 후속지원이 절실하다. 지난해 491억원과 올해 700억원을 합해 총 1,200억여원이 묶여있는 상태로 유동성부족을 느끼고 있다. 이의 해소를 위해 가칭 부품소재기술개발유동화펀드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 이차관 = 창투사는 1~2년안에 승부가 나는 단기투자가 중심이었는데 이번에 5년정도의 기간동안 창투사가 참여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본다. 그만큼 이 사업의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이번 사업에서 창투사의 역할이 결정적인데 정부가 강요만 할 수 없다. 투자지분을 중간에 매도하거나 해외캐피털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차사업에선 창투사 부담을 줄이는 문제를 적극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 사회 = 부품소재 기업의 입장에선 이 사업이 얼마나 도움이 됐나요. ▦ 박도봉 KPT사장 = KPT는 열처리전문업체로 지난해 투자업체로 선정됐다. 그동안 3D업종으로 인식돼 투자유치는 생각도 못했었는데 우리회사를 믿어줘 고맙다. 대상업체에 선정된 결과 기업으로선 밤잠 안자고 제품개발에만 주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고급인력을 채용하고 생산에 주력한 결과 지난해 30억원 매출에 4억원의 순이익을, 올해 90억원 매출에 20억원의 순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또한 기업의 투명성이 제고됐다는 성과를 거뒀다. 그동안 외국회사와 합작내지는 제휴를 모색해도 그들은 우리의 제무제표를 믿지 않았다. 지금은 자의반타의반으로 제도권에 들어오면서 사후관리를 강화, 투명성을 확보했다. 바라는 점이 있다면 기반기술연구를 담당하는 센터가 있었으면 한다. 센터에서 기초기술을 개발, 업체에 이전하면 시간과 인력면에서 유리할 것이다. ▦ 주단장 = 생기원에서는 가칭 벤처시제품개발센터를 구상중이다. 중소기업이 부품소재 전과정을 다루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회로도 설계하고, 금형도 깎아야 하고 시제품도 만들어야 하고. 연구와 개발, 생산을 분담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 이차관 = 기술개발사업은 결국 돈과 사람의 문제며 선택과 집중의 문제다. 정부는 지난해 45개 과제에 총 1,865억원을 투자, 과제당 41억원을 지원했다. 인력면에서는 공공연구소의 고급인력을 평균 6개월 이상씩 필요한 부분에 장기파견토록 했다. 앞서 박사장께서 하신 기술개발센터 문제도 다각도로 강구중이다. 전국의 28개 대학, 연구소를 기술혁신센터(TIC)로 삼아 지원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특히 대학, 연구소 중심에 테크노파크를 놓았다. 현재 10개가 설립돼 있지만 향후 시도단위로 하나를 둘 생각이다. 이제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 단계로 조만간 가시화될 것이다. ▦ 김회장 = 오해가 있을까 한마디 덧붙이겠다. 기술혁신센터의 기능에는 일반기업이나 부품소재기업이나 차별이 없다. 이런 센터가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홍보에 신경을 써야 한다. ▦ 이차관 = 홍보는 서울경제에서 충분히 하지않았나(웃음). 부품소재기술상을 제정해 기업과 기술자들에게 수여, 그들을 격려하고 부품소재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외국 투자유치도 필요하다. 생기원이 독일의 한 연구원과 금속, 폴리머, 플라즈마 등의 기술활용에 대해 공동연구를 하고 있는 데 결과가 좋다고 들었다. 외국기관들이 우리와 손을 잡는 것은 한국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서다. 그들은 국내업체의 기술개발속도가 빠르며 특히 IT부문에서 대등하다고 인정했다. ▦ 박사장 = 현재 벤처업계를 중심으로 한 M&A 열풍에서 볼 때 부품소재 업계도 예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재 열처리업계에는 600개의 업체가 있다. 지금 세계적이 메이커들이 호시탐탐 국내시장을 노리고 있다. 국내도 대형ㆍ전문화 되야 한다. 투자시 재원을 집중하면 자연적으로 뭉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대비가 시급하다. ▦ 사회 = 앞으로 예상되는 발전방향을 한번 점검해 볼까요. ▦주원장= 한국의 제조업이 살아 남으려면 연구개발형으로 가야 한다. 사람확보가 문제다. 지금까지는 기능인력수준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구소들의 우수인력을 기업들이 활용하고 이미 세계수준인 우리 IT기술을 접목하면 한국 제조업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 이차관 = 부품소재기술개발사업은 실질적으로 올해가 원년으로 정부와 민간의 노력을 통해 기본체제는 웬만큼 갖춰졌다고 본다. 앞으론 사업을 크게 벌리기보다는 노출된 문제점을 해결해 뿌리를 내리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아울러 지금까지는 응용기술에만 주력했는데 앞으론 원천기술에도 중점을 둬야 한다고 본다. ▦ 사회 = 긴 시간 토론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참석자 : 이희범 산업자원부 차관 주덕영 부품소재통합연구단 단장(생산기술연구원 원장) 김동필 부품소재투자기관협의회 회장(국민창업투자 사장) 박도봉 KPT 사장 사 회 : 최성범 서울경제신문 성장기업부장 최수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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