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내 매출 많은 업체 증권예탁증서(DR) 형태 상장 추진
해외 거래소 제휴와 증시시스템 수출에도 박차 한국거래소(KRX)가 국내 주식시장의 글로벌화 차원에서 세계 100대 기업 유치에 나선다. 김봉수(사진) KRX 이사장은 지난 5일 서울 메이필드호텔에서 개최된 출입기자단 워크숍에서 “KRX는 내년 해외 기업의 상장유치와 정보기술(IT) 시스템의 수출, 해외 거래소와의 제휴 확대 등 3대 사업에 주력할 것”이라며 “특히 세계 100대 기업의 10%를 국내 증시에 상장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이사장이 지난해 말 취임 초기부터 해외 기업의 국내 상장을 강조해 오긴 했지만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RX는 그 동안 해외 기업을 국내 증시에 유치하기 위해 미국과 중국 등에서 설명회를 여는 등 노력을 기울여 왔다. 8일 현재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외국 국적 기업 총 16곳 가운데 87.5%인 14곳이 중국기업으로 국가별 편중 현상이 심하다. 거래소의 세계 100대 기업 유치 추진은 상장기업을 다각화함으로써 국내 증시의 글로벌화를 이루기 위한 포석에서 나왔다. 이번에 거래소가 유치를 추진하는 기업은 포천이 선정하는 100대 기업이 우선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유치가 성사될 경우 상장 방식은 원주(原株)가 아닌 증권예탁증서(DR)를 상장하는 ‘2차 상장’ 방식이 될 전망이다. KRX의 고위관계자는 “그 정도 규모의 기업들은 이미 미국이나 영국 등 세계 유수의 거래소에 상장돼 있기 때문에 국내 유치 방식은 2차 상장 방식이 바람직하다”면서 “한국에서의 매출 비중이 높은 회사들을 우선적으로 접촉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이런 기업들은 한국에서의 홍보효과 등을 고려할 때 한국 증시에 상장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거래소의 계획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는 있다고 지적한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KRX의 국제화에 있어서 해외 일류 기업의 국내 증시 상장은 필수적인 요인”이라면서도 “이를 위해서는 상장비용을 높이는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주고 시장의 건전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RX는 2차 상장이 아닌 ‘직접 상장’의 대상으로는 중국과 미국, 일본의 기업을 우선적으로 접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이사장은 “해외 거래소와 제휴를 강화하고 정보기술(IT) 시스템을 수출하는 것에도 주력할 것”이라고 언급해 남은 2년 여의 임기를 ‘KRX의 글로벌화’에 집중할 뜻을 내비쳤다. ◇[용어설명-증권예탁증서(Depositary Receipt)] 기업이 해외에서 주식을 발행하고자 할 경우 원주(原株)는 본국에 있는 금융기관에 보관하고, 해외의 투자자에게 원주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하는 표시로 발행하는 것. 기업입장에서는 해외증시에서 신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원주에 투자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