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환경에 대한 문제가 주요 이슈로 부각되면서 청정연료인 천연가스에 대한 관심은 크게 늘었다. 우리나라도 인도네시아나 중동으로부터 천연가스를 도입하기 위해 대형 LNG선을 발주하기 시작한 것도 90년대에 들어서다.
그러나 천연가스는 사용하기 편리하고 환경오염에 대한 부담이 없으나 장거리 운송으로 인한 운송비 부담으로 각국은 천연가스의 사용량을 늘이고 싶어도 선뜻 이를 선택하지 못했다.
천연가스를 장거리 운송하기 위해서는 이를 액화시켜 선박으로 운송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지만 90년대 13만5,000입방미터급 액화천연가스(LNG)선 1척의 가격은 2억2,000만달러를 훌쩍 넘어섰기 때문이다.
◇발상의 전환 통해 LNG선 대중화= 대우조선해양은 그러나 LNG선의 선가만 낮춘다면 LNG선이 유조선 만큼 많은 선박이 발주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원가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역발상을 통한 신시장 개척전략을 쓴 것이다.
대우조선은 우선 대량 구매할 것을 약속하고 자재 공급 가격을 대폭 낮췄다. 또한 외국에서 도입해오던 주요 부품을 국산화해 원가를 낮출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대우조선은 LNG선의 선가를 1억7,000만달러 이하로 대폭 낮출 수 있었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이 SK해운에 1999년에 인도한 ‘SK서미트’호의 품질에 좋다는 소문이 선주들 사이에 퍼졌다. 드디어 2000년 대우조선은 벨기에의 엑스마사로부터 첫 수출 LNG선을 수주하기에 이르렀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전세계에서 발주된 71척의 LNG선중 20척을 수주해 가장 높은 시장 점유율을 올렸다. LNG선 경쟁력의 시금석이 된 엑손모빌의 카타르 LNG 프로젝트에서 1차(라스가스Ⅱ)에는 8척중 7척을, 2차(카타르가스Ⅱ)에서는 초대형 LNG선 8척 중 4척을 수주하며 LNG선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상상을 현실로= “LNG를 저장하고 기화시켜 일반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육상터미널이 없이도 천연가스를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당시 많은 에너지사들의 공통적인 고민이었다. 만약 이런 선박이 있다면 육상 인프라 건설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없어도 되고, 비교적 소규모의 사용자를 위한 가스 공급도 가능해 진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육상 터미널에 대한 테러 위험으로부터도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세계적인 에너지 회사인 ‘엑셀레이터 에너지(당시 엘파소)’사는 벨기에의 엑스마사와 함께 이 같은 상상을 현실로 실현시켜줄 조선소를 물색중이었다.
결국 이 역할을 대우조선이 맡게 됐다. 대우조선과 엑스마사는 2002년 5월 LNG-RV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대우조선은 곧바로 작업에 착수했다. 설계에만 약 10개월의 기간이 소요됐다.
결국 30개월 가량의 건조기간을 거쳐 지난해 말 치러진 해상 시운전에서 100여마일 떨어진 해저터미널에 자동으로 찾아가는 시스템과 해저터미널을 선박과 연결하는 ‘더미 부이 테스트’, 그리고 선상에서 기화된 천연가스를 해저터미널을 통해 육상으로 이송하고 테스트 등 모든 성능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올 1월15일 인도하는 데 성공했다. 상상을 현실로 이룬 순간이었다.
이진한 대우조선 가스선팀장은 “고객의 요구 사항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새로운 개념의 기술을 도입하는 등 열정적인 모습에 선주가 신뢰를 갖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세계 LNG선 시장은 유럽과 미국의 천연가스 수요 증가로 2010년까지 매년 40~50척 정도 지속적으로 발주될 전망이다. 기술력과 상상을 현실로 바꾸는 데 탁월한 노하우를 지닌 대우조선에게는 유리하기만 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