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4일 한일여자프로골프대항전이 열린 일본 오키나와 류큐골프장. 신지애(22ㆍ미래에셋), 최나연(23ㆍSK텔레콤), 서희경(24ㆍ하이트) 등 한국 대표 선수들은 10승2패를 합작하며 일본의 기를 눌렀다. 다음날 열린 맞대결에서 4승을 더 챙긴 한국은 일본을 누르고 2006년 대회 이후 3년 만에 승리를 거뒀다.
한국 여자선수들이 막강한 실력을 뽐내던 그날 일본 시즈오카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지옥의 퀄리파잉(Q)스쿨을 치른 여자 선수가 있었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2승을 거둔 안선주(23). 그는 당시 상금랭킹 3위에 올라 있어 한일전에 출전할 한국대표 선수 자격이 있었다.
하지만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진출을 위해 대표를 고사했고, 한일전이 열린 날 Q스쿨 최종전을 치렀다. 안선주는 좋지 않은 몸상태와 숨을 조이는 부담감을 극복하고 전체 2위로 JLPGA투어 풀시드권을 따냈다. 안선주는 Q스쿨을 통과한 뒤 "어깨가 안 좋아 너무 힘들었는데 아파도 끝까지 잘 해보자는 생각으로 했다. 일본 무대에서 목표를 딱히 정해두진 않았지만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말했다.
고생은 헛되지 않았고 선택은 옳았다. 안선주는 한일전이 열린 류큐골프장에서 일본 무대 첫 승을 따냈다. 7일(한국시간) 열린 JLPGA투어 개막대회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총상금 8,000만엔) 최종라운드에서 안선주는 10언더파 206타를 기록하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일본에서 출전한 첫 번째 대회의 성적표를 우승으로 장식한 것.
일본의 간판선수인 우에하라 아야코, 바바 유카리와 함께 공동선두(5언더파)로 출발한 안선주는 이날 완벽한 스코어 카드를 제출했다. 보기는 하나도 없었고 버디만 5개였다. 특히 압박감이 심한 17번(파4)과 18번홀(파5)에서 잇달아 버디를 낚으며 일본 선수들의 기를 죽였다. 안선주는 "겨울에 태국에서 전지훈련을 하며 10kg을 감량했다"며 "약점인 쇼트게임이 너무 좋아져서 우승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신지애도 '파이널퀸'이라는 별명처럼 이날 매서운 뒷심을 발휘했다. 신지애는 보기 없이 버디 4개를 낚으며 박인비와 더불어 공동 준우승을 차지했다. 신지애와의 대결로 관심을 모은 미야자토 아이는 공동 7위(3언더파)에 그쳤다. 올 시즌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2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던 미야자토는 고향에서 열린 일본투어에서는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데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