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여민지 4골1도움… 투혼으로 일군 4강 신화

U-17여자월드컵서 4골 넣으며 4강 진출 이끌어 <br>한국대표팀의 FIFA 주관대회 한 경기 개인 최다골 기록도 세워

“6월에 무릎 십자인대의 5분의 1이 끊어졌어요. 9월말까지 재활훈련을 예상했는데 그라운드를 휘젓고 다니는 걸 보면 놀랍죠.” 김은정 경남 함안대산고 여자축구팀 감독은 제자인 여민지(17ㆍ대산고2)의 활약에 혀를 내둘렀다. 여민지는 17일(한국시간) 트리니다드 토바고 마라벨라의 맨니 램존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월드컵 나이지리아와의 8강전에서 6대5 승리를 이끈 주인공이다. 그는 혼자서 4골 1도움을 기록하며 한국 남녀 선수를 통틀어 ‘FIFA 주관대회 한 경기 개인 최다골’의 이정표를 세웠다. 최근 막을 내린 U-20여자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끈 지소연(19ㆍ한양여대)에 이어 또 한번 무시무시한 골잡이가 세계 무대에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축구 역사를 새로 쓰며 전세계에 이름을 알렸지만 그는 사실 대회를 앞두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일을 겪었다. 무릎 십자인대 부상이 재발한 것. 주위의 우려가 컸지만 그는 이겨내고 당당히 그라운드에 섰다. 남아공과의 1차전에서 1골1도움, 멕시코와 2차전 2골을 포함해 4경기 7골2도움을 기록한 그는 한국 선수 최초로 FIFA 주관대회 득점왕을 노리게 됐다. 여민지는 이번 대회 기간동안 김감독과 전화 통화에서 “아직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볼 터치를 비교적 간결하게 하려고 했다. 희한하게 경기 날에는 몸이 안 아파서 득점을 많이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민지는 160cm 안팎의 단신인 점은 지소연과 비슷하지만 축구 스타일은 전혀 다르다. 지소연이 화려한 드리블을 앞세워 골 기회를 만드는 ‘메시’ 라면 여민지는 저돌적인 ‘루니’에 가깝다. 김 감독은 “민지는 툭툭 치고 들어가면서 상대 수비수들을 무력화시킨다. 스피드를 유지하면서 상대 문전을 휘젓는 모습이 루니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문전에서 침착해지는 공격 본능도 갖고 있다. 이날 나이지리아와 8강전에서도 여민지는 골 지역 왼쪽에서 골키퍼를 제치고 침착하게 역전골이자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김감독은 “민지의 문전 플레이는 16세 소녀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프로선수처럼 노련하고 침착하다”고 말했다. 여민지는 지난 2007년 14세의 나이로 언니들을 제치고 19세 이하 여자대표팀에 발탁될 정도로 ‘축구 천재’ 소리를 들었다.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16세 이하(U-16)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10골을 기록하며 한국여자대표팀에 사상 첫 우승을 안기기도 했다. 여민지를 앞세운 태극소녀들은 스페인-브라질 8강전 승자와 22일 새벽5시 결승 진출을 다툰다. 북한도 같은 날 강력한 우승 후보인 독일을 1대0으로 꺾고 4강에 합류해 남북한은 사상 처음으로 FIFA 주관 대회에서 함께 준결승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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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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