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선진국 금융사 인수 꿈이 현실로…

12년만에 처지 바뀐 獨코메르츠-한국은행<br>"내년부터 유럽계 은행 위기 올수도 준비 잘해놓으면 충분히 기회 잡아"<br>"그리스·伊관련 대출 많아 위험 쉽게 인수 힘들듯… 시기상조" 지적도


국내 은행의 해외 금융기관 인수는 오랜 꿈이었다. 동남아시아의 중소 지역 은행 인수 사례는 있었지만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금융사 인수는 요원했다. 지난 2008년 기회가 왔다. 당시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대형 투자은행(IB)인 리먼브러더스 인수를 추진했다. 리먼은 서브프라임 사태로 시가총액이 80% 이상 떨어지면서 외국에서 인수자를 찾았다. 그러나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논란 끝에 리먼브러더스 인수 작업은 중단됐다. 이런 기회가 다시금 찾아오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로 주요 은행들이 매물로 나올 처지이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의 해외 주요 은행 인수가 코앞으로 다가온 셈이다. ◇국내 은행, 해외 은행 인수 가시화하나=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9일 독일 2위 은행인 코메르츠방크를 언급하면서 "1997년 외환위기 여파로 제일은행과 외환은행이 매각된 것과 유사한 일이 유럽에 생기고 있어 일본계 은행을 중심으로 그런 사례가 많을 것"이라며 "국내 은행도 외국 은행을 인수할 좋은 기회가 올 것으로 본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우리나라 은행도 해외 주요 은행을 인수할 시점이 멀지 않았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유럽 재정위기가 길어질 경우 내년부터 유럽계 은행들의 어려움은 매우 커질 것"이라며 "국내 은행들이 준비만 해놓는다면 충분히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유럽계 은행들의 자산건전성이 심상치 않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크레디트스위스가 최근 낸 보고서에서 16개 유럽 대형 은행들이 보유한 고위험 신용자산 규모가 3,860억유로(약 593조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는 현재 위험국가군으로 분류되고 있는 그리스ㆍ이탈리아ㆍ포루투갈ㆍ스페인 국채규모(3,390억유로)를 웃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8일 "유럽 은행의 건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더 많은 스트레스테스트가 필요하다"는 디디에르 레인더스 벨기에 재무부 장관의 말을 보도하기도 했다. 금융권의 고위관계자는 "국내 IB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내년 이후 유럽 사태가 장기화되면 상당수 유럽 은행들이 디폴트 상황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매물로 나오거나 유상증자가 필요한 곳들이 상당수 나올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 경우 국내 은행들은 유럽계 은행을 인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벽 여전히 높아…시기 상조론도=물론 이 같은 움직임이 현실화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단 유럽계 은행들은 그리스ㆍ이탈리아 쪽과 관련된 익스포저(대출)가 많을 수 있어 쉽사리 인수에 나서기 어렵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어 회장도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코메르츠방크에 관한 생각을 접었다고 밝혔다. 국내 은행들이 자본력이 아직 취약한 것도 문제다. '더뱅커지'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세계 순위는 여전히 상대적으로 낮다. 국내 1위인 우리금융지주는 기본자본 156억7,000만달러로 세계 72위에 그쳤다. KB금융은 74위, 신한금융은 78위에 그쳤다. 금융지주사의 고위관계자는 "아직 해외 주요 은행을 국내 금융지주사가 인수하기에는 자본력이 적어 위험요소가 너무 크다"며 "안타깝지만 현재로서는 동남아 지역 진출 정도가 현실적으로 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어 회장이 이날 "산업은행이 세계적인 은행을 하나 인수하면 좋을 것 같다"고 밝힌 것도 결국 자금력 동원이 쉬운 국책은행이 나서서 세계 시장의 인수합병(M&A) 전쟁에 먼저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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