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 이대로 몰락할 수 없다/구본호 울산대 총장(송현칼럼)

지난해에는 우리나라가 사상 처음으로 세계 제2위의 경상수지적자국을 기록하더니 새해 벽두부터 파업으로 시작하고 있어 정말 답답하고 침울하다.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이러다가는 우리 경제가 회복불능의 함정으로 몰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을 도저히 떨쳐버릴 수가 없다.○고비용타파가 우선 특히 작금의 방대한 대외적자는 과거처럼 석유파동이나 국제고금리 현상같은 대외여건의 불리한 변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우리 내부의 병폐가 누적돼 온 결과이었음을 인식해야 한다. 금융비용이나 물류비용부담률이 이웃나라 일본이나 대만에 비해 훨씬 높으며, 이들 국가의 노동생산성 상승률은 우리나라와 비슷한데도 우리나라 임금상승률은 지난 10년간 일본보다 5.6배, 대만보다는 1.6배나 높은 상승세를 지속해 왔다. 이러한 우리경제의 고비용 저효율구조가 오늘의 경제위기를 초래했기에 우리는 마땅히 금융시장과 노동시장의 효율화, 토지이용의 개선과 사회간접투자 확대를 위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가면서 정책개발을 해야 한다. 민주적 정치의 본질은 상호간의 타협과 아량이 있어야 한다. 복수 사회적 구조에서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존재하며 유일한 분배적 논리가 존재할 수 없다. 그리고 정의 합(Positive Sum)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타협과 협력이 필수적이다. 타협은 어용이요, 「사쿠라」로 매도하는가 하면 거부와 투쟁은 정의요, 애국으로 찬양하는 것은 구시대적 문화유산이다. 해방된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 아직도 우리는 구시대적 근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같다. 이제는 국민의 복지발전과 국가의 신용을 중시할 때다. 대외적자 확대와 외채위기의 벼랑에 선 우리경제를 더 이상 흔들어서는 안되며 국제적 국가신용을 더 이상 떨어뜨릴 수는 없다. 결자해지를 믿고 국민적관심을 추락하는 경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법을 찾는 방향으로 모아야 한다. 우리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불황, 물가불안, 대외거래적자의 삼중고에서도 이제는 대외거래적자의 해소가 가장 시급한 과제다.지난해 경상수지적자 2백30억달러는 이미 GDP(국내총생산)의 4.8%이고, 새해의 적자규모는 위험수준인 5%를 상회하는 쪽으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상수지적자의 개선을 위한 가장 강력한 단기적 처방은 실질실효환율의 인상이다. 그동안 파업이 확산되는 가운데 원화의 대외환명목환율이 상당히 상승되고 있는 것은 오히려 다행한 것으로 정책당국은 받아들여야 한다. ○정치 타협정신 필요 우리의 경제단위가 스스로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한 실천을 제대로 못하고 있으니 대신 시장이 우리의 거품을 걷어주는 조정작용을 하고 있다고 해석해야 한다. 그러나 명목환율의 상승이 실질실효환율의 상승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정책당국의 비상한 노력이 계속되어야 한다. 환율상승·인플레이션이란 악순환이 일어난다면 우리 경제는 정말 구제불능의 함정으로 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정부는 물가의 안정화 시책을 강화해나가야 한다. 또 고생산요소비용을 극복하기 위해 정보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증대가 산업전반의 생산성향상에 기여해 경제활성화를 유도한 미국의 최근 경험을 배워야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고 있으며 연구·개발투자에 대한 기업의 관심도 높아지고 또 실제 증대되고 있다. 모든 사물은 양면성이 있다.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를 새로운 발전의 전기로 마련할 수 있다. 고생산요소비용은 생산성향상을 위한 새로운 도전이며 대외거래의 적자위기는 국제경쟁력 강화의 전기가 될 수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이미 이를 반영하듯 환율이 인상되고 있어 단기적으로 국제경쟁력 회복을 가능케하고 있다. ○파업 새전기 삼아야 정부가 물가안정화정책을 강화해 원화의 명목 평가절하가 실질적 평가절하로 연계될 수 있게 한다면 국제경쟁력은 그만큼 강화된다. 우리사회 전반에 결쳐 전산화와 정보화의 활발한 진척이 고생산요소비용에 대한 대응으로 간주한다면 오히려 고비용이 우리 경제의 선진화 촉진제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연구개발이 생기를 찾고 산학협동도 과거 어느 때보다 활기를 찾고 있는 것도 이와같은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다. 지금 확산되고 있는 파업국면이 좋은 교훈이 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전기가 되어 「정의 합」을 세우는 협력이 확산된다면 우리경제의 회복은 비교적 빨리 이루어질 것이다.

관련기사



구본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