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벤처창업 활성화라지만 현실은 생계형이 절대 다수

우리나라의 창업 10건 중 4건은 생계형 창업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기업가활동 모니터(GME)'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42개월 미만 초기 창업 가운데 요식·도소매업을 비롯한 생계형 창업 비중은 36.5%로 조사 대상 26개국 평균치인 18.2%의 2배에 달했다. 노르웨이·스위스·네덜란드 등은 한자릿수에 불과하고 스페인·일본·그리스 등이 20%대로 조사됐다. 30%가 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생계형 창업은 별다른 기술력 없이 적은 자본으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지만 그만큼 경쟁이 심하고 실패 위험이 크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기술이나 지식을 바탕으로 한 혁신형 창업의 3년 후 생존율은 50%에 달하지만 생계형을 비롯한 전체 창업의 평균 생존율은 26% 수준이다. 생계형 창업을 하더라도 10곳 가운데 7곳 이상은 3년을 버티지 못하고 망한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런데도 하루가 멀다 하고 한집 건너 치킨집·카페 등이 생기는 게 우리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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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해 5월 정보기술(IT)을 비롯한 혁신형 창업을 지원한다며 '벤처·창업 자금 생태계 선순환 방안'을 내놓았다. 이를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2조원을 창업 지원에 쏟아붓고 있다. 부처별 창업지원 사업만도 무려 200개가 넘는다. 하지만 대통령까지 나서 챙기는 청년 벤처창업의 현실은 어떤가.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에서 특례보증 지원을 받은 청년창업 기업의 56.4%가 휴대폰대리점·인터넷쇼핑몰 같은 생계형 도소매업이다. 정부의 창업지원 정책이 헛바퀴를 돌고 있다는 비판을 들을 만하다.

정부의 창업지원책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 돈만 푼다고 창업이 활성화되는 게 아니다. 고부가가치의 혁신형 창업이 늘도록 예비 창업자에 대한 기술·지식 기반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창업실패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경영지원 방안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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