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생존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증권 업계에 전문 자격증 취득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증권투자상담사 등 이미 취득자가 많은 자격증보다는 공인재무분석사(CFA), 종합재무설계사(AFPK),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 등 남과 차별화될 수 있는 자격증 취득이 붐을 이루고 있다.
16일 CFA한국협회에 따르면 CFA시험 응시자 수는 지난 1999년 국내 도입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10~20%씩 증가했다. 오는 6월 치러지는 시험에는 전년 동기보다 400여명 많은 5,106명이 응시했다.
AFPK와 CFP자격증시험 응시자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두 시험을 주관하는 한국FPSB에 따르면 지난해 AFPK와 CFP 응시자 수는 각각 4만2,491명, 4,792명으로 전년(2만6,848명, 3,336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이들 자격증은 모두 100만원 이상의 높은 응시료에도 불구하도 합격률이 낮아 취득이 쉽지 않다. AFPK와 CFP의 경우 교육의무비용과 응시료를 모두 더해 100∼200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출해야 하며 CFA 역시 최저 990달러 이상의 응시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고비용과 낮은 합격률에도 불구하고 응시자 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경기침체 장기화로 금융 업 종사자들 사이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다른 사람과 차별화될 수 있는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생존에 필수 조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H증권사에 다니는 최모(27)씨는 “이른바 증권 3종ㆍ5종 세트라 불리는 소소한 자격증을 취득한다 해도 회사에서 잘 인정해주지 않는다”며 “전문 자격증을 취득하면 원하는 업무를 맡거나 승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응시한다” 고 말했다.
반면 과거 증권맨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증권투자상담사 등 이른바 ‘증권 3종ㆍ5종’ 세트의 경우 시험 응시자 수가 점점 줄어드는 등 관심이 예전 같지 않아 대조를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의 한 고위관계자는 “올 들어 증권투자상담사 응시자가 전년 대비 약 30% 줄었다”며 “업계에 기존 취득자가 워낙 많다 보니 전문 자격증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