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페이스북 '싫어요'



올 4월 부산의 한 경찰서에 치매를 앓고 있는 70대 할머니가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24시간이 넘는 수색에도 성과가 없자 경찰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의 경찰서 계정에 할머니의 인상착의가 담긴 사진을 올리고 시민들의 도움을 구했다. 이 요청에 페북 친구 1만3,000여명이 '좋아요(like)'를 누르자 친구에서 친구에게로 전해지면서 100만명 이상에게 실종 사실이 급속히 전파됐다.


결과는 놀라웠다. 2시간 만에 한 시민이 할머니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것.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모양의 페이스북 '좋아요' 버튼이 등장한 것은 2009년. 페북이 15억명이 이용하는 세계 최대 SNS로 우뚝 설 수 있었던 데는 '좋아요' 효과를 빼놓을 수 없을 듯하다. 하루에 누르는 '좋아요'가 무려 60억번을 넘는다니 인기가 실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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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공감 표시로 출발한 '좋아요'는 갈수록 쓰임새가 늘어 실종자를 찾거나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창출하는 데 활용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세상을 좋은 쪽으로만 바꾸는 건 아닌 것 같다. 강박증과 수치 조작 등 부정적인 모습도 자주 목격된다. 특히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중독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좋아요' 개수가 그 사람의 영향력을 나타내는 것으로 인식되면서 수치를 조작해주는 업체까지 등장할 정도다. '좋아요' 버튼 한 건에 200~250원이고 1만건 정도는 해야 효험을 볼 수 있다는 얘기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좋아요' 버튼만 있는 데 따른 부작용을 의식했는지 페이스북이 조만간 '싫어요' 버튼도 만들 모양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곧 '싫어요' 버튼을 시험할 준비가 됐다"고 확인했다는 외신 보도다.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원한다는 이유로 '싫어요' 추가 요구를 거부해온 그간의 고집을 꺾은 것이다. 이를 두고 이용자가 페북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려는 전략이라는 등 여러 해석이 제기된다.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거나 비난하는 용도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벌써 나온다. '좋아요'든, '싫어요'든 과유불급의 의미를 되새기는 이용자의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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