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토요산책/8월 2일] 휴가를 재충전 기회로

휴가 시즌이다. 일에 지친 사람들이 쉬면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시간이다. 몸도 쉬어야 하지만 특히 우리 마음의 불균형을 바로잡아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누구나 여행을 다녀왔는데 몸만 지치고 머릿속은 더 복잡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때가 있었을 것이다. 일을 하면서 지치는 원인 중 하나는 자신의 마음의 취향, 지적 취향과 맞지 않게 다른 부분의 일을 하기 때문에 자유로운 지적 욕구가 충족되지 못한 경우일 수 있다. 이번 휴가는 해야 할 것 때문에 바빴던 마음에 온전히 나의 기호에 맞는 지적 영양분을 선물해보자. 지적(知的) 즐거움이라는 것은 흥미롭게 느껴지는 생각을 찾고 그것에서 지적 쾌감, 자유로움을 얻는 것이다. 과연 우리 중에 지적 즐거움을 즐기고 정신에 휴가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패션의 기호, 맛의 기호는 많은 이들이 수긍하지만 지적 취향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는 사람이 더 많다. 지적인 부분은 기호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우열을 가리고 서열을 매겨야 하는 점수쯤으로 치부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이제는 우리도 당당히 우리의 지적 취향을 말하고 즐겨야 한다. 이번 휴가는 나의 지적 기호를 충족시켜 심적 자유를 얻고 다시 일터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특히 미술은 정신적 재충전을 위한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 나의 미적 취향에 대한 두려움을 버려야 한다. 예술에서 절대적으로 옮거나 그른 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교육담당자인 필립 예나윈은 작가의 의도마저도 우리가 조심스레 추론한 결론의 상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그의 저서에서 언급한 바 있다. 전문가의 의견이나 작가의 시각이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떤 경우라도 나의 생각과 느낌이 권위자들의 관점 때문에 불필요해지지 않는다. 과연 미술을 통해 어떻게 지적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까. 미술이란 우리에게 본질적이면서도 파악하기 어려운 사고와 신념ㆍ가치관을 구체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시각적 장치를 제공한다. 언어로 표현하기에는 미흡한 사고의 모습을 이미지를 통해 글보다 쉽게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기교’보다는 ‘아이디어’에 근거한 현대 미술품은 우리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든다. 시각과 촉각ㆍ청각이 복합된 정보에 깊이 몰두해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용, 즉 아이디어를 분명히 밝혀가면서 우리는 게임을 하듯 작품 의도를 관찰하고 분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지적 욕구가 자유로워짐을 느낄 수 있고 그 작품이 지닌 미적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더 잘 이해하고 세계를 이해하는 데 흥미로운 단서들을 발견해 새로 시작하고 싶은 정신적 에너지를 얻는 것이다. 자신의 기호에 맞는 삶을 추구하는 시대다. 자판기 커피가 아니라 원산지와 제조 방법에 따라 내 기호에 가장 맞는 커피를 고르듯 나와 가장 맞는 스타일로 삶을 꾸려나가고 가장 즐겁고 만족스러운 쪽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됐다. 타인의 의견에 동조하기보다는 가장 나의 기호에 맞는 것을 찾아 나서는 진정한 행복과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모습은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문화적 영역에서도 자신의 지적 취향을 당당하게 말하고 즐기는 문화시민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신의 취향과 맞지 않는다고 해서 비난하거나 기죽을 필요는 전혀 없다. 자신의 지적 욕구가 즐겁고 기분이 좋아지면 그것으로 자신의 문화적 취향을 발견하고 가꿔갈 수 있는 것이다. 지적 취향이라는 것은 우리의 사고방식과 생각의 패턴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어떤 취향보다 우리 자신이 가진 마음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도구이다. 과연 저 작품이 왜 마음이 와 닿는지, 왜 저 작품은 보기도 싫은지 질문을 던져본다면 우리의 지적 취향을 발견하는 흥미로운 과정이 될 것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눈과 마음을 가지고 있다. 정말로 보려고 하기만 한다면 나의 지적 욕구를 열고 즐기려고 하는 순간 매일매일 새로운 삶으로 심적 휴가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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