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미국은 어떻게 베트남전에 휘말렸나

■ 최고의 인재들

데이비드 핼버스탬 지음, 글항아리 펴냄


미국 역사상 최초의 실패라고 할 수 있는 베트남 전쟁이 역대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케네디 정부에서 시작된 이유는 무엇일까. 책은 이런 질문에서 시작된다.

'하버드 클럽'이라 불릴 정도로 최고의 인재들이 모인 케네디 행정부가 어떤 이유로 베트남전에 끌려들어가고, 또 어떻게 미국 역사상 최악의 실패로 기록된 베트남전 패배에 이르게 됐는지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책은 미국의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의 기자로 1964년 미군의 베트남 주둔에 의문을 제기한 일련의 기사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핼버스탬이 썼다.


미(美)의회에서는 베트남 전쟁에 대한 논의도 개시하지 못하고 있던 1969년 집필을 시작해 1972년 대장정을 마치고 마침내 책이 출간됐다.

관련기사



무려 1,104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이 책은 베트남 전쟁에 대한 미국인의 시각을 재정립하는 데 크게 이바지하며 출간과 함께 베스트셀러가 됐다. 논픽션 고전'최고의 인재들'(The Best and The Brightest)이 국내 처음 번역돼 독자 앞으로 나왔다.

책은 심층적이면서도 해설적인 글쓰기 덕분에 뉴저널리즘의 대표작으로도 꼽히고 있다. 저자는 무려 500여 차례나 인터뷰를 할 정도로 꼼꼼한 조사를 펼쳤고, 워싱턴 엘리트들의 복잡한 네트워크와 심리를 파고들어 치밀하게 분석했다. 스스로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편견에 사로잡힌 엘리트들이 잘못된 길에 들어선 뒤에도 궤도를 수정하지 않은 채 절망적인 결과로 돌진하는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저자에 따르면 베트남전은 본질적으로 프랑스 지배에 대한 반식민 전쟁이었다. 그러나 오만한 미국 행정부 인사들은 이 지역의 역사에 워낙 무지해 이 전쟁을 반공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했고 결과적으로 미국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태에서 막다른 골목으로 몰렸다는 분석이다.

저자는 베트남 전쟁이 잘못된 개입이라는 점은 이미 케네디 정부 때 깨달았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뒤를 이은 린든 존슨 대통령의 위대한 사회 건설에 대한 야망, 관료 세계의 경직성, 미국은 절대로 지지 않는다는 낙관주의 등이 엮이면서 사태를 되돌리지 못했다고 설명한다.

책은"주어진 문제를 한 가지 접근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최고 지향주의라는 말의 위험성을 각인시킴과 동시에 이 같은 모순과 구렁텅이에 쉽게 빠져들 수 밖에 없었던 나약한 인간 심리에 대해서도 흥미진진하게 풀어놓는다. 4만 8,000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