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선구자에요."
한국의 남자 리듬체조 선수 4명이 밝은 날을 고대하며 험난한 길을 헤쳐가고 있다.
실업팀이 없는 등 진로가 보장돼 있지 않아 모두 입문조차 망설이는 종목이지만이들은 `프런티어 정신' 하나로 훈련에 구슬땀을 쏟고 있다.
이들은 지난 달 터키에서 열린 국제체조연맹(FIG) 총회에서 남자 리듬체조의 정식종목 채택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는 낭보를 전해듣고 잔뜩 기대에 들떠있다.
흥분한 개척자 4인방은 정천우(24), 김응진(24), 이수형(23), 송문구(21).
정천우과 김응진은 각각 마산과 수원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고 있는 베테랑 선수이고 이수형과 송문구는 성균관대에 재학 중인 초보 선수다.
김응진과 정천우는 지난 해 12월 일본에서 열린 남자 리듬체조 국제오픈대회에서 일본, 미국, 말레이시아, 캐나다 선수들을 제치고 각각 곤봉 금메달, 링 은메달을 따는 기염을 토했다.
둘 다 기계체조를 하다 지난 2001년 대한체조협회의 `꼬임'에 빠져 리듬체조에발을 들였고 선구자라는 집념에 사로잡혀 3년 동안 성균관대 수원캠퍼스에서 일본인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훈련에만 매진해왔다.
이들은 국내에 대회가 없기 때문에 올해 회장배대회, KBS배대회, 포스코교육재단배대회, 교보생명컵대회 등 리듬체조 및 기계체조대회를 전전하며 시범 연기를 펼쳐 관중의 호응을 얻었다.
특히 `꽃미남' 정천우는 연기를 지켜보는 여자체조 선수들에게서 열화 같은 박수갈채를 받으며 희귀 종목의 비애를 잠시 삭이기도 했다.
정천우는 "처음에는 진로가 보장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부모와 친구들의 반대가심했다"며 "하지만 내가 제일 앞에 간다는 굳은 생각을 갖고 훈련하니까 뒤로는 별다른 말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응진은 "군생활과 운동을 함께 하느라 무척 고되지만 매일 일과가 끝나면 몸이 굳지 않도록 풀어 주면서 내년에 일본에서 열리는 대회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남자 리듬체조는 후프, 볼, 리본, 줄, 곤봉 등 5개 세부 종목으로 나뉘는 여자리듬체조와 달리 링, 곤봉, 줄, 막대 등 4개 세부 종목이 있으며 공중제비 등 기계체조 마루운동의 기술을 많이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6명이 함께 펼치는 단체경기는 수구를 사용하지 않으며 기계체조의 기술을 가미한 집단 무용 같은 인상을 주는 종목이다.
한국은 선수가 4명 밖에 없기 때문에 아직 단체경기에 출전해본 적이 없다.
남자 리듬체조는 일본에서는 반 세기 역사에 등록 선수가 4천여명이나 되는 인기종목이지만 다른 나라에는 대회조차 없다.
일본체조협회는 남자 리듬체조를 전파하기 위해 각국에 무료로 코치를 파견하고있는데 한국에도 선수 출신 무라야마 구니히코(21)씨가 상주하며 선수들에게 기술을전수하고 있다.
내년 일본 국제오픈대회를 목표로 삼고 있는 남자 리듬 선수들은 오는 6일 용인대에서 열리는 `해피 체조 페스티벌'에 참가해 다시 한번 열연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