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0년대초 온산공단 조성과 함께 집단이주를 한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주민들은 새로운 주거지에 여가시설이 턱없이 부족하자 지난 94년 체육시설 건립을 울주군에 정식 건의했다.이에 울주군은 지난 96년 온산읍 덕신리 981-6일대 1만5,000여평의 부지에 15억원의 예산을 들여 다목적 구장과 테니스장, 게이트볼시설 등을 갖춘 「온산체육공원」을 건립키로 하고 지주들을 상대로 토지매입에 들어갔다.
하지만 감정가 산정을 둘러싼 울주군과 지주들간의 의견차가 워낙 커 토지매입은 난항을 거듭했다. 울주군은 2차례의 토지감정을 거쳐 보상금 수령을 60여차례나 통보했으나 일부 지주들은 보상금 수령을 거부하며 완강히 버텄다. 주민대표들도 지주들을 설득하고 나섰으나 지주들은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울주군은 4년간의 협상을 통해 전체 매입대상토지 1만여평중 8,200여평을 매입하는데 그쳤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부터 매입협상 자체가 중단됐다.
이 때문에 지난 98~99년 군의회의 지출승인까지 받았던 전체예산중 일부가 2차례나 삭감돼 체육공원 설립 자체가 무산위기를 맞았다.
이같은 사태에 이르자 주민들은 지난해 10월 온산체육공원 건립 백지화를 막아야 한다며 「온산체육공원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자체 모금에 들어갔다. 모금액 목표는 울주군측과 지주들간 보상금 차액분인 6,000만원.
이후 4개월. 주민들의 모금 참여는 예상외로 뜨거웠다. 1,000원을 기탁한 중학생과 할머니를 비롯해 1,000여명이 모금에 동참했다. 온산공단 20여개 기업체들도 온산읍민들의 지역사랑에 감동해 30~70만원씩 보내왔다. 이 결과 모금액이 당초 목표액보다 4,000여만원 많은 1억여원에 달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체육공원 추진을 중단했던 울주군이 다시 사업 재추진에 나섰다. 울주군은 지난해말 불용처리된 예산을 부활시켜 당초 책정된 보상금을 지주들에게 전달했다. 추진위도 지난해말 모금액중 6,000만원을 지주들에게 직접 전달해 토지보상을 매듭지었다.
울주군은 금명간 매입토지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칠 예정이며 오는 4월 추경예산 편성을 통해 설계용역비를 추가 확보한 후 늦어도 5월께 공사 착공에 들어가 연내 완공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추진위는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모금목표액 초과분에 대한 처리때문. 추진위는 모금시한인 이달말까지 총모금액이 1억여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심끝에 추진위는 모금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초과 모금액 4,000여만원으로 체육공원내에 애향비를 건립키로 했다. 애향비에는 성금기탁자 1,000여명의 이름을 모두 새겨 이들의 지역사랑을 후세에 널리 알릴 계획이다.
임영옥(林永玉·59)위원장은 『모금운동을 통해 그동안 집단이주로 소원해졌던 주민들의 결속력이 단단해졌다』며 『살맛나는 제2의 고향을 가꾸는데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김광수기자KS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