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해법<br>선진국 입장 막판 반영… 환율 유연성 문구 적시<br>美양적 완화 우려에 거시건전성 규제 인정<br>美-中 주고받기로 이익의 균형 실현
| 12일 서울 삼성동 COEX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왕태석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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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은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의 키포인트였다. 각국 정상은 서울선언문을 만들기 직전까지도 환율 부문의 문구를 놓고 치열한 밀고 당기기를 거듭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 등 양국 정상은 시장개입의 수위와 통화의 평가절상 수준을 놓고 면전에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 같은 산고 끝에 정상들이 도출한 결론은 '펀더멘털을 반영한 유연성'과 '신흥국의 자본규제 인정' 등 두 가지.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이 외환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되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이 양적 완화 등을 단행해 신흥국 시장이 자본유입 급증으로 교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방어장치를 두는 것을 공인하겠다는 뜻이다.
미국 등 선진국과 중국 등 신흥국이 주고받기식의 빅딜을 시도한 결과다.
◇환율 유연성…선진국 입장 반영=환율 문제에 있어 서울선언은 지난 경주 재무장관회의의 내용을 대부분 그대로 담았다. 환율 관련 정책공조에 관한 3대 원칙이 그것인데 첫 번째 원칙은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해 시장결정적인 환율제도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여기에 '환율의 유연성'이라는 단어를 삽입했다. 유연성이라는 말은 전통적으로 선진국들이 신흥국에 압박용으로 사용하는 단어다. 선진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주로 이 단어가 이용돼왔다.
그런데 이번 정상회의에서 이 단어를 다시 꺼낸 것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신흥국의 과도한 시장개입을 막기 위해 막판에 넣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국 등이 최근 시장개입에 적극 나서면서 외환보유액이 급증한 점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신흥국의 자본규제 인정=정상들은 다만 신흥국의 과도한 시장개입을 막으면서도 최근 미국이 시행하고 있는 양적 완화 조치에 대한 우려의 뜻과 함께 이로 인한 신흥국의 피해가 확산되는 것을 막는 장치도 동시에 마련했다.
선언문은 준비통화 발행국가, 즉 기축통화 국가 등 선진국들의 무질서한 움직임, 다시 말해 무리한 통화발행 행위에 유의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최근 2차 양적 완화를 실시해 신흥국 시장으로 자본유입이 급증해 발생하는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이번 선언문에서는 이례적으로 신흥국으로의 자본유입 급증에 따른 자본변동성 위험을 고려해 제한된 요건 아래서의 거시건전성 규제는 인정한다고 적시했다.
이는 최근 중국과 태국ㆍ브라질 등 신흥국들이 양적 완화에 따른 외자유입을 막기 위해 이른바 핫머니 차단책을 시행하고 자본유입 차단책을 준비하는 것을 인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은행 부담금 부과와 외국인 투자자금에 대한 세금부과 등의 규제장치에 대해서도 선진국이 눈을 감겠다는 의사를 공식화한 것이다.
◇이익의 균형 실현=선언문은 결국 문구의 결합을 통해 선진국과 신흥국, 좁게는 미국과 중국 간 이익의 균형을 실현했다. 특히 당초 미국은 이번 회의 막판에 지난 경주회의 합의문인 '경쟁적 통화 평가절하를 자제해야 한다'는 표현에서 '저평가 자제'로 바꾸려고 했지만 중국 측의 반대로 제안을 접어 논란의 불씨를 남기지 않았다. 평가절하가 통화가치를 의도적으로 약세로 만드는 것과 달리 저평가는 균형 환율에 비해 특정 통화의 가치가 낮게 형성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미국 등 선진국은 저평가라는 용어를 삽입함으로써 중국 정부의 개입 여부와 관계 없이 언제든지 통화가치를 절상하도록 요구할 권리를 얻으려 했는데 중국의 완강한 거부로 이를 넣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