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3월 23일] 펀드 부동(不動)제

"생각 밖이네요. 이래서야 도입 효과가 있겠습니까." 국내 증권사의 펀드이동제 담당 직원의 하소연이다. 소비자의 펀드선택권 확보와 자산관리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해 지난 1월 말부터 도입된 펀드이동제가 겉돌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펀드이동제 도입 후 이달 19일까지 이동신청 건수는 모두 1만건에 불과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1,850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현재 펀드이동이 가능한 전체 펀드 규모가 116조원에 달하는 점에 비춰볼 때 0.1%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이처럼 펀드이동제가 난항을 겪고 있는 이유는 금융 당국의 규제와 단독펀드 때문으로 지적된다. 금융감독원은 증권사들이 펀드이동제와 관련한 마케팅 목표치조차 설정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금감원은 제도를 시행하면서 "과열 경쟁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금 상황으로서는 지나친 '냉각'을 우려해야 할 판이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에서는 "금융 당국이 제도 시행과정을 지켜보며 규제에 나섰어야 했으나 지나치게 사전 규제에만 매달린 탓에 빚어진 결과"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은행권을 중심으로 판매된 단독펀드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현재 판매회사가 한 곳으로 제한된 단독펀드는 옮기고 싶어도 옮길 수가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단독 판매사 펀드는 3,000여개에 금액으로는 32조원에 이른다. 이는 펀드 판매사 이동제도를 2단계까지 시행했을 때 이동 가능한 펀드(2,200여개)보다도 많다. 현재 단독펀드의 70%가량은 은행권에 집중돼 있다. 따라서 펀드이동제를 보다 활성화하려면 단독펀드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통신소비자들은 과거 휴대폰번호 이동제가 활성화되면서 휴대폰을 보다 싼값에 다양한 서비스를 누리는 혜택을 입었다. 반면 펀드이동제의 경우 금융 당국의 지나친 규제와 금융업종 간 보이지 않는 알력다툼에 막혀 헛바퀴만 돌고 있는 셈이다. 펀드 이동제가 '펀드 부동(不動)제'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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