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고객맞춤형 생존전략

진동수 <조달청장>

남다른 시대 감각으로 비전을 제시해왔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몇 달 전 포럼 참석차 내한한 적이 있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 프로그램을 예로 들며 “글을 쓰는 프로그램만 있으면 되는데도 소비자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엑셀이나 다른 복잡한 기능을 가진 프로그램을 한꺼번에 구매해야 한다”면서 “개별 소비자의 필요에 맞는 ‘고객맞춤형 제품’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아무리 우수한 제품일지라도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는 주문으로 볼 수 있다. 다양한 고객의 기호에 부응해야만 생존 자체가 가능한 민간기업에 있어 이제 맞춤식 고객서비스는 대세가 됐다. 획일화한 주거공간을 공급해왔던 아파트 건설사들도 앞을 다퉈 벽지나 수납장 등 마감재는 물론 가변형 공간배치를 옵션상품으로 내걸고 분양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장기간 축적된 자체 브랜드 효과만으로도 수성이 가능한 세계 유수의 명품 업체들도 조용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보통 1주기였던 새 명품의 출시기간을 4~8주로 크게 줄여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에 대한 고객들의 욕구를 수용한 결과로 보인다.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적립식 펀드에서도 특정 고객층 공략을 위한 상품의 다양화가 눈에 띈다. 적립식 펀드에 보험 기능을 추가하거나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내걸고 판매 대상을 여성, 학부모, 맞벌이 부부 등으로 확산해가고 있다. 고객맞춤형은 공공재를 공급하는 정부기관에서도 예외일 수가 없다. 더욱이 서비스 행정기관인 조달청의 경우 고객 눈높이에 맞춘 서비스 확대는 생존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됐다. 과거의 공급자 중심의 업무 자세로는 이제 살아남기 어렵게 됐다. 이에 따라 조달청은 구매와 시설업무에서 고객맞춤형서비스라는 시대적 대세를 반영하기 위한 체질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구매서비스에 있어서는 수요기관의 물품 선택의 폭을 넓이기 위해 선진국처럼 다수공급계약제도(MAS)를 도입했다. 조달 물품이 단조롭고 다양하지 못하다는 수요기관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시설공사패키지서비스를 도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건설사업은 기획과 설계 등 사업 초기단계에서 성패가 좌우되는 점을 중시해 수요기관이 원하면 단기계약뿐만 아니라 공사 기획, 설계, 원가 계산, 시공 관리, 사후 관리 등 건설공사 전단계를 서비스할 수 있도록 했다. 수요기관은 공사단계별로 조합된 시설공사패키지서비스를 이용해 부족한 전문성을 보충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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