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이 6일 미국 이외 국가에서 진행 중인 모든 특허소송을 철회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에서의 소송은 이번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지루한 특허공방을 끝낼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삼성·애플 간 '세기의 소송'은 2011년 4월 애플이 미국 법원에 삼성전자를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한국·독일 등 9개국으로 확대되면서 치열한 공방을 벌여왔다. 이번 합의가 미국 소송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최근 2년간 추가 특허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올 6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판정에 대한 항고를 나란히 취하하는 등 일련의 화해 무드를 감안하면 최대 고비를 넘겼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삼성과 애플은 이번 합의를 계기로 미국 소송에서도 타협점을 찾아 특허전쟁을 일단락지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실익을 따져보면 해답은 명백하다. 양사는 특허소송에 천문학적인 소송비용과 인력을 쏟아부었다. 그럼에도 양측 모두 카피캣(모방꾼)이라는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한데다 소송에 집중하다 보니 혁신이 사실상 멈춰버렸다.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이 "갤럭시S5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기술은 없었다"고 고백할 정도다. 애플의 아이폰 신제품도 더 이상 소비자들로부터 '와우'라는 탄성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양사가 계속 특허싸움에 몰두할 경우 현재의 위상마저 지키기 힘들 것이다. 50%가 넘던 양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올 2·4분기 37.1%로 뚝 떨어진 것은 시작에 불과할지 모른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찾는 '넥스트빅싱(next big thing)'은 소송 아닌 혁신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