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인주의 유권자 존 바르작(45)씨는 올해대선 부재자 투표에서 "마음을 정하지 못하는" 존 케리 민주당 후보 대신 조지 부시대통령을 찍었다.
'온건 중도파'를 자처하는 바르작씨는 이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어떤 유권자보다 더 많은 시간을 생각했다. 사실 그에게 남는 것은 시간뿐이다. 친구 두명을 살해한 혐의로 유죄평결을 받고 35년형을 복역중인 죄수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범죄를 저지르고 수감돼 있는 재소자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주는 메인 이외에도 버몬트가 있지만 이들 지역에서도 이런 방침에 논란이 일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1일 보도했다.
미국에서도 대부분의 주는 중범 재소자들에게 투표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7개 주에서는 중범죄자들은 심지어 출소한 뒤에도 투표권 회복 신청이 받아들여진 뒤에만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
매사추세츠주는 중범 재소자들의 투표를 허용해 오다 지난 1997년 일부 재소자들이 전화료 인하와 의료혜택 개선 등을 내건 '유권자 권리운동'을 벌인 것이 계기가 돼 재소자 투표권을 박탈하는 주헌법 개정이 이뤄졌다.
그러나 메인주와 버몬트주에서는 대통령이나 연방 의원은 물론 자신들을 심판한 판사 선거 때도 한 표를 행사하며 출신지의 경찰 예산 지출안에 대해서도 찬반 의결권을 갖는다.
올해 대선의 뜨거운 열기는 감방 안이라고 예외는 아니어서 메인주의 경우 880명의 유권자 가운데 100여명이 투표에 참여해 역대 선거중 가장 높은 재소자 부재자투표율을 나타냈다. 유권자 권리옹호단체들도 이들의 투표를 어느때보다 적극 독려해 왔다.
대개 재소자 권리옹호단체들이 진보 성향임을 감안하면 이들 `수의 입은 유권자들'도 진보주의자들을 지지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보수주의에 대한 지지가 더 높다. 이런 재소자 가운데 한명인 과실치사 범죄자 조 피트 소시어(27)씨는"부시 대통령이 시작한 과업을 완수할 수 있도록" 이번 선거에서 그에게 투표했다고밝혔다.
이처럼 재소자들이 당당한 한표를 행사하는 것에 대해 반대여론도 만만찮다, 경찰관이었던 첫번째 남편이 근무중 총에 맞아 숨진 메리 앤드루스 주의회 의원은 "그들이 투표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소름이 끼쳤다"면서 "중범죄자들은 투표할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스티븐 골드 버몬트주 교정위원장은 "대부분의 재소자들이 언젠가는 사회에 복귀한다"면서 "투표권의 행사는 이들이 세금 사용자가 아닌 납세자 구실을 할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