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와타나베 부인들 '법인' 탈쓰고 투기

FX투자 증거금 상한규제 회피 위해…작년 4분기 거래 40% 급증


외환시장의 '큰손'인 일본의 개인 투자자, 일명 '와타나베 부인'들이 정부 규제를 피하기 위해 법인으로 둔갑해 투기적인 고위험 거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과도한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개인 투자자들의 외환증거금거래(FX) 배율에 상한선을 두는 고강도 규제를 실행하고 있지만 법인으로 위장한 와타나베 부인들은 유유히 규제를 비껴가며 고수익을 쫓고 있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해 10월 이후 당국의 증거금 비율 상한규제를 피해 '법인'자격으로 FX거래에 뛰어든 와타나베 부인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4ㆍ4분기 법인의 FX거래가 전분기 대비 40% 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일 보도했다. 일본 금융청은 지난해 8월부터 개인 FX투자의 증거금 배율이 50배를 넘지 못하도록 개인투자자에 한해 레버리지 상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오는 8월부터는 규제를 한 단계 더 강화해 배율 상한을 25배로 낮추도록 예정돼 있다. 와타나베 부인들은 이 같은 규제가 법인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 법인을 만들어 증거금 규제를 회피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 실제 업계 조사에 따르면 법인계좌를 통한 FX 매매규모는 지난해 2ㆍ4분기 39조1,000억엔, 3ㆍ4분기 36조6,000억엔 규모에서 4ㆍ4분기에는 51조3,000억 엔으로 급증했으며, 거래 총액에서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2ㆍ4분기 6% 수준에서 연말에는 13%까지 상승했다. 오는 8월 상한 규제가 25배로 한층 낮아지면 법인으로 가장한 와타나베 부인들의 규제 회피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부 와타나베 부인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규제로 인한 엔고 가속화에는 제동을 거는 요인이 될 것으로 니혼게이자이는 분석했다. 와타나베 부인들은 통상 엔화가 강세를 보일 때 오히려 엔화를 내다파는 식으로 시장의 흐름과 반대로 움직이는 투자를 주특기로 한다. 따라서 규제 완화로 현재의 엔고 상황에서 와타나베 부인들의 엔화 매도가 줄어들 경우 엔고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배율 25배 이상으로 거래를 하는 투자자가 전체의 약 3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오는 8월 이후 이들의 투자가 전면 중단된다면 엔화를 끌어올리는 적지 않은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니혼게이자이의 분석이다. 하지만 와타나베 부인들이 규제를 피해 '법인' 형태로 고위험 거래를 이어간다면 외환시장에 큰 변화를 초래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와타나베 부인들의 FX 거래는 엔화 거래의 20~30%에 달해 외환시장에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한다며, 규제 강화를 앞두고 이들의 움직임과 금융청의 대응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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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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