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토종 스포츠브랜드들이 기묘년 새해를 맞아 다시 뛰기 시작했다.국제상사(프로스펙스)·화승(르까프)·코오롱(액티브) 등 국내 스포츠시장의 대표주자들은 마케팅활동 강화와 브랜드개선작업(BI) 등 새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부도라는 최악의 상황속에서도 회사문을 닫지 않고 꿋꿋이 버텨온 르까프·프로스펙스는 올해 목표를 「생존」에서 한단계 더 나아간 「재도약의 기틀다지기」로 설정, 재기를 위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참담했던 98년=지난해 4월 ㈜화승 르까프는 화승상사·화승관광개발과 함게 부도를 맞았다. 토종브랜드 시련을 알리는 서막이었다. 1953년 동양고무에서 시작해 반세기 가까운 역사를 이어왔고 90년 「5억불수출탑」을 수상하기도 했지만 겨우 10억원이 없어 빚어진 결과였다.
5개월 후인 9월에는 7,000억원으로 추정(97년)되는 고가브랜드 시장에서 1,800억원의 매출로 점유율 1위를 기록했던 프로스펙스가 좌초했다. 한국은 나이키·아디다스 등 외국브랜드가 진출한 100여 국가중 자국브랜드가 정상을 지키는 유일한 나라다. 그러나 한국의 「대표선수」도 탈락했다.
액티브는 부도까지 몰리지는 않았지만 그룹의 구조조정에 따라 사업축소를 경험했고 매출액 또한 크게 내려앉았다.
◇재도약을 위한 몸부림=「부도가 끝은 아니다.」 르까프는 45년동안 쌓아온 신용을 기반으로 협력업체들의 도움을 받아 생산중단없이 98년을 버텨냈다. 회생가능성을 인정한 채권단과 법원도 화의(98년 9월)를 인가해줬다.
지난 연말에는 「알뜰상품 기획전」을 열고 아시안게임 선수단 지원에도 나섰다. IMF이후 정착된 알뜰구매 성향을 반영해 기획한 「10년전 가격 행사」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6만6,000원 하는 오리털재킷은 1차 생산분 5,000벌이 다 팔려나가 추가로 2만벌을 제작하는 인기를 누렸다.
아시안게임 때는 현지에 「프로모션센터」를 설치, 스포츠마사지실, 경기용품 A/S실 등을 운영, 화의중인 회사로는 드물게 공격적인 활동을 벌였다.
법정관리를 신청해 놓고 있는 프로스펙스도 기업체질을 바꾸어 가고 있다. 이태환(李泰煥) 이사는 『외형경쟁에서 벗어나 수익성을 중시, 한계대리점을 30개이상 정리했다』며 『회사내 구조조정을 병행해 프로스펙스의 브랜드가치를 키워가겠다』고 말했다. 협력업체와 대리점들도 『프로스펙스를 살리자』며 같이 나서줬다. 부도후 3일만에 주문품을 다시 공급한 점은 주위를 놀라게 했다.
액티브도 브랜드 로고를 바꾸며 도전에 나섰다. 기능성과 패션성 사이를 오락가락하던 제품컨셉도 기능성에 충실한 정통 스포츠브랜드로 재정립했다.
특히 아시안게임에서 마라톤의 이봉주선수가 마라톤화를 두손에 들고 뛰었던 모습에 액티브 전직원들이 고무되어 있다. 6개월간 1억원을 들여 개발한 이 마라톤화(제품명:카오스3)는 주문을 받아 한정생산한 1,000켤레가 모두 팔려나가 액티브의 제품력을 과시하는 계기가 됐다.
◇토끼를 꿈꾸며=프로스펙스는 올해 「제2창업」을 표방하고 나섰다. 경영계획을 세우면서 광고·판촉비를 지난해의 3배에 달하는 100억원으로 책정, 21%대인 시장점유율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며 공격경영을 선언했다.
2000년 매출목표는 2000억원(98년 1600억원)으로 세웠다. 지난해 열지 못했던 풋살대회·스키스쿨 등을 내년에 부활시키고 특히 초기축구·배드민턴 등 각종 생활체육 동호인을 중심으로 마케팅 판촉에 나설 방침이다. 다기능품목을 개발하기 위해 해외 유명 기획업체와의 제휴는 물론 사외디자이너도 영입할 계획이다.
르까프는 판매효율을 높이기 위해 상품공급을 원활히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주문부터 매장공급까지 걸리는 기간을 일주일로 단축할 방침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봄·여름과 가을·겨울로 나눠 두번씩 내던 새상품도 2달에 한번씩, 일년에 6번을 내기로 했다』며 『이를 위해 매장의 요구를 제품에 즉각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QRS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새화승 창조, 힘모아 새출발」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매장인테리어 리뉴얼작업도 계획하고 있으며 브랜드개선작업(BI)도 준비중이다. 【박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