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29일 발표한 ‘위험요인을 고려한 재정의 지속 가능성’ 보고서는 재정위기 경고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민간연구기관들은 복지ㆍ연금지출 확대 등으로 국가 부채가 늘어나고 재정 건전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여러 차례 경고했지만 국책연구기관이 재정위기를 거론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KDI는 이번 보고서에서 재정 안정을 유지하려면 매년 8조원씩 세수를 늘리거나 그만큼 정부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두 가지 모두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방법이다. ◇공적연금수지 2032년 적자반전=고령화로 인한 재정지출 소요를 추정한 결과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ㆍ사학연금을 합한 공적연금수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돼 2032년부터 적자로 반전되고 2050년에는 적자 규모가 GDP 대비 6%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 지원분은 현재의 GDP 대비 0.5%를 기준으로 낮게는 0.8%에서 높게는 1.4%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삼호 부연구위원은 “2050년까지의 공적연금과 건강보험 지출만을 고려할 경우의 중기재정수입 격차지표를 계산한 결과 국민연금을 제외하면 부채비율을 현수준으로 유지하더라도 GDP 대비 0.6∼0.9% 정도의 수입증가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됐다”며 “부채비율 20%를 목표로 하면 GDP 대비 1%를 약간 상회하는 정도의 수입증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기재정수입 격차지표는 일정한 지출요소를 추정했을 때 현재의 GDP 대비 부채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또는 일정한 목표의 GDP 대비 부채비율을 획득하기 위해 필요한 현재의 재정수입 변화를 평가하는 지표다. ◇“국가부채 증가속도 너무 빠르다”=이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과거 재정은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이뤄졌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고령화 요인을 고려해 현재의 재정기조를 평가하면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앞으로도 정부가 지속적으로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주장은 특히 최근 10년 사이 국가채무 비율이 무려 3배 가까이 급속히 늘고 있다는 점에서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2006~2010년 국가재정운용계획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7년 12.3%에 불과했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34.1%에 이를 전망이다. 10년 사이 부채 비율이 무려 2.7배나 껑충 뛰게 된다는 것. 국가채무 비율은 외환위기가 시작된 지난 97년부터 2002년(19.5%)까지 10%대를 유지해오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2003년 23.0%로 올라선 후 2004년 26.1%, 2005년 30.7%, 2006년 33.4% 등 매년 기록적인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연구가 향후 잠재돼 있는 다양한 재정부담 요인 가운데 공적연금 요인만을 가지고 분석했다는 점에서 국가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국민 조세부담은 더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음을 암시한다. ◇특단의 대책 필요=고령화 요인 하나만으로도 앞으로 GDP 대비 최대 1%의 세입증대가 필요하다는 KDI의 지적은 복지ㆍ국방 분야 등에서 천문학적 재정지출을 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세입기반이 다른 선진국보다 약해 유달리 조세저항이 큰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 향후 세입 확충은 정부로서는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이에 대해 전주성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향후 구조적 재정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세입기반 강화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 생산성 증가 등을 통해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