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과학입국 다시 불 지피자] <2부> 과학 선진국들은 지금 2.독일-막스플랑크연구소

R&D에 年 2조원 지원·간섭은 NO…연구의 자유 무한보장<br>세계적 노벨상 사관학교로 수상자 17명 배출해 최다<br>"중복연구도 낭비 아닌 경쟁력" 2만여명 80개 연구소서 활동<br>산학연 통해 100개 기업 창업 獨경제 성장엔진 역할도 톡톡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는 연구에 대한 자율성 보장이 가장 높아 전세계 과학자들이 선망하는 연구소로 유명하다.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원들이 실험하는 연구 과정를 살펴보기 위해 열중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독일의 막스플랑크연구소를 유치한 포스텍(포항공대). 학교 측은 "한국의 기초과학 연구시스템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외국 연구소 하나를 유치하는 게 얼마나 대단하기에 이렇게 떠들석했던 것일까. 의문에 대한 답은 뮌헨시내의 막스플랑크연구소에 도착하며 어렵지 않게 풀렸다.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이자르강의 겨울 칼바람처럼 날카롭게 우리 과학 현실을 돌아보게 됐다. 뮌헨시내 옛 도심 호프가르텐가(街)에 자리잡은 막스플랑크연구소 본부를 찾았다. 반갑게 맞아주는 클라우스 폰 클리칭(68) 교수. 1985년 '양자 홀(Hall) 효과'와 '물리기본상수' 측정기술개발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클리칭 교수의 연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뭔가 이루고 나면 뒷방으로 물러나는 우리 현실과 비교된다. 그가 발견한 양자홀 효과는 전기저항의 정확한 측정을 가능하게 해 고성능 반도체칩과 초고속 컴퓨터 기술이 한 단계 진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독일 과학의 경쟁력이 뭐냐는 질문에 클리칭 교수는 "강한 책임감"이라는 한마디 말로 요약했다. 그는 "연구자들은 자율성이 보장되고 막대한 연구비가 지원되는 만큼 스스로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야만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클리칭 교수에게 노벨상을 안겨둔 양자홀 연구도 15년이 넘는 기간 그에게 책임감이란 무거운 짐을 안겨줬다. 독일 과학기술정책의 원칙은 연구자금을 지원하되 어떠한 간섭도 하지 않는다. 대신 냉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기관을 통해 연구자ㆍ연구조직 및 기관을 평가한다. 한마디로 자율에 대한 분명한 책임을 묻는 구조다. ◇절대적인 자율성 보장=클리칭 교수의 얘기처럼 막스플랑크연구소에는 원칙이 있다. 정부가 연구비를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 든든한 후원자 역할만 한다. 독일 정부가 막스플랑크연구소에 연간 14억유로(2조1,000억원)의 막대한 연구지원비를 내주면서도 연구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자율성을 보장한다. 심지어 결과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도 않는다. 이 같은 연구풍토는 결국 오늘날 막스플랑크연구소가 다수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세계적인 기초과학 연구기관으로 우뚝 설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막스플랑크연구소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8년 이름을 바꾼 후 17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1911년 설립된 연구소의 전신인 카이저빌헬름협회의 16명을 포함하면 32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 미국 하버드대와 영국 케임브리지대에 이어 3위를 기록, 노벨상 사관학교로 통한다. 막스플랑크연구소는 한 해 1만5,000여건에 달하는 연구 결과물을 내놓고 독일이 한 해 발표하는 우수 과학논문의 40%가량을 발표한다. 1990년 이후 지금까지 3,000개의 발명품과 1,500여개의 연구용역 계약을 맺어 2억유로의 수익도 올렸다. 또 산학연을 통한 창업기업 100여개를 탄생시켜 독일 내 3,000명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어냄으로써 독일 경제의 성장엔진 역할도 하고 있다. ◇중복연구가 경쟁력(?)=막스플랑크연구소는 자체적으로 3개 분야 80여개의 연구소를 독일 전역에 두고 있다. 미국을 포함해 해외에도 4개의 연구소가 있다. 이를 기반으로 응용과학 분야를 담당하는 프라운호퍼연구소는 독일 전역에 설치한 60여개 연구소는 물론 같은 지역에 있는 뮌헨 공과대학 산하 남부독일 지역에 있는 10개의 연구소, 독일의 4대 연구기관에 속하는 헬름홀츠연구소ㆍ라이프니츠소 등과 연계해 기술교류를 하고 있다. 박준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은 "80개의 연구소라는 말에 중복연구에 따른 예산낭비를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돌아온 답은 '중복연구도 경쟁력'이라는 말이었다"며 "중복연구를 통해서 도출된 가장 우수한 연구성과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이를 세계적인 연구성과로 이어간다는 의미다. 과제명이 비슷하기만 해도 중복연구니, 예산낭비니 하는 우리의 현실과는 전혀 다른 개념을 적용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피터 풀데 복잡계 물리연구소 교수는 "막스플랑크연구소 설립 초기부터 시작한 연구기관 간 연계화를 바탕으로 3년 전부터 시작한 인간게놈 연구 프로젝트가 조만간 세계를 놀라게 할 성과물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자율성은 인재를 모은다=세계 연구기관들이 막스플랑크연구소를 부러워하는 것 중 하나는 2만5,000명에 달하는 과학자들이 모여 있다는 점. 독일 내 80여개 연구소에 1만3,000명의 박사급 연구원이 있다. 여기에 정규 연구원 외에 무려 1만2,000명에 달하는 주니어(석사 이상) 및 초빙 과학자들이 화학과 물리학ㆍ생물학ㆍ의학 분야 등에 고루 배치돼 연구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연구원 2만5,000명 중 40%가량인 1만명이 외국인이다. 막스플랑크 산하 플라스마물리연구소에 재직 중인 김하중 박사는 "최근에는 연구소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중국의 박사급 인력 40여명 등 아시아권에서 100명을 뽑아 각 리서치센터에 배치했다"면서 "막스플랑크연구소가 사실상 전세계적으로 촉망받는 젊은 과학자들이 모이는 총본산지로 이는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풍토가 널리 알려지며 과학자들이 모이고 다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