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를 둘러싼 미ㆍ중 간의 무역분쟁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최악의 금융위기를 격은 후 두 차례 열렸던 G20(선진ㆍ신흥 주요 20개국) 정상회담에서 회원국들이 보호무역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결의했지만 그 사이 무려 100개 이상의 보호무역 조치가 취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1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계은행과 영국 정부가 지원하는 싱크탱크 글로벌 트레이드 얼러트(GTA), 세계무역기구(WT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엔무역개발회의(OECD)는 보호무역을 경고하는 보고서들을 잇달아 내놓았다. GTA 보고서에 따르면 각국 정부가 세워놓은 보호주의 조치는 130개이며 여기에는 자국 업계 지원이나 관세 인상, 입국 제한, 수출 보조금 지급 등이 포함된다. 예를 들어 러시아는 국경간 거래에 대한 관세 인상을 계획하고 있고, 일본은 식료품 수입을 제한할 수 있는 제재조치를 검토 중이다. GTA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교역되는 상품 가운데 90% 이상이 크고 작은 보호주의 조치 영향을 받고 있고 매 분기 60개씩 보호무역 조치가 취해졌다. 국가별로는 세계 1위 수출국인 중국에 대한 무역규제가 55건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이 49건, 일본은 46건의 제한 조치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상품별로는 기계(44건), 곡물(22건)에 대한 무역 제한조치가 많았다. GTA는 특히 G20 정상들이 지난해와 올해 4월 회담에서 보호주의 조치를 내놓지 말자고 결의했음에도 불구하고 100개 이상의 노골적인 차별 조치들을 마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53개의 회원국을 거느린 세계무역기구(WTO) 역시 보호주의의 위험을 경고하고 나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WTO는 14일 UNCTADㆍOECD와 공동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G20회담의 약속 불이행 사례가 일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스칼 라미 WTO, 앙헬 구리아 OECD, 수파차이 파닛차팍 UNCTAD 사무총장은 이 보고서에서 "경기 회복 신호가 보이기 시작했지만 아직 세계적인 위기가 끝난 것은 아니다. 늘어나는 실업률이 향후 보호무역주의를 가속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보호주의가 강화되면 세계 무역과 투자가 급감하고, 글로벌 경제의 조기 회복 가능성 역시 불투명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3대 기구 수장들은 경기침체 영향으로 올해 글로벌 무역량이 10% 감소하고 외국인직접투자(FDI) 역시 30~40%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G20회원국이 취한 무역 제한조치는 86건 이었으며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도 16건에 달했다. 또 7월부터 9월 사이에만 53개 보호 무역조치들이 행해졌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최근 몇 달간 취해진 보호무역 조치들은 세계 무역이라는 톱니바퀴에 끼어든 모래알과 같다. 이를 제거할 수 있는 출구전략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면서 "피츠버그 G20 정상회의에서는 오랫동안 끌어온 다자간 무역협상 '도하 라운드' 협상을 종결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중국의 거센 반발을 예상했으면서도 중국산 타이어를 걸고 넘어진 것은 노조의 막강한 영향력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또 오바마 대통령이 국내에서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