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中·중동등 신흥국 자금도 적극 유치를"

"FDI 정책, 고용창출·녹색성장 등 선진국형으로 바꿔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급속도로 새로운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신흥국들의 부상과 규제의 강화, 그리고 녹색산업의 부각.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역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존의 개발도상국형 방식에서 벗어나 선진국형 패턴으로 전환하는 한편 큰손으로 떠오른 신흥국 자금 또한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경제신문은 외국인투자유치주간(FIW)을 맞아 2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국내외 전문가들과 좌담회를 갖고 '외국인 투자'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봤다. 조환익 KOTRA 사장, 김경식 지식경제부 무역투자실장, 마리안 페이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이크 아카몬 GM대우 사장,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글로벌연구실장 등이 머리를 맞대고 심도 있는 토론을 통해 다양한 해법을 제시했다. 사회=안의식 경제부장 ▦사회=FIW가 5년째를 맞게 됐습니다. 올해 FIW의 의의와 특징을 짚어주신다면 어떤 게 있습니까. ▦김경식 실장=지금 세계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놓여 있습니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신흥국이 빠르게 부상하고 있고 정부의 역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이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봅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외국인 투자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 이번 '2010년 외국인 투자 포럼'의 목적이죠. 이번 행사는 미국∙중국∙유럽∙일본 등 약 300명의 외국인 투자가와 외국인 투자기업이 참석합니다. 특히 그린에너지를 비롯해 차세대 정보기술(IT)과 물류∙지역개발∙관광 등 3개 분야에 대한 우리나라 글로벌 기업들의 설명회도 열립니다. 또 지방자치단체와 경제자유구역을 소개하고 외국 투자 지역 개발정책 방향 등에 대한 홍보도 예정돼 있죠. 특히 기업∙지자체들와 외국인 투자가와의 심도 있는 1대1 상담회와 함께 2010년도 외국기업의 날을 포함해 외국인 투자 유공자 포상, 해외 유력 언론기자 초청사업 등 다양한 사업이 펼쳐집니다. 금융위기 여파 글로벌 FDI 위축 ▦사회=GM대우가 올해 외국인의 날을 맞아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는데요, 한국에 투자한 후 회사는 얼마나 발전했고 어떤 성과를 얻었나요. ▦마이크 아카몬 사장=우선 외국인의 날을 맞아 한국 정부로부터 은탑훈장을 받게 돼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더구나 GM대우는 지난달 17일에 여덟 번째 생일을 맞아 경사가 겹친 것 같습니다. GM대우는 한국 시장 출범 이후 매년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시설 및 제품 개발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출범 당시 40만대 규모의 수출이 현재 약 160만대를 넘어 4배 이상 늘었습니다. 또 8,000명 이상의 신규고용을 창출했고 상생의 노사문화 정착과 적극적인 사회공헌 등 여러 분야에서 모범적인 성과를 보여줬다고 자부합니다. 현재 GM대우는 약 2만명의 임직원을 직접 고용하고 있고 협력 및 관련 업체까지 합치면 고용인원은 4만명 정도에 달합니다.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GM대우에 의지하고 있기 때문에 사장으로서 GM대우를 더욱 성장ㆍ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모기업인 GM그룹의 성장에도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했죠. 실제로 GM그룹 내에서 차량 디자인 및 연구개발, 우수한 제조기술을 보유한 자회사로서 GM대우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 FDI를 통해 모기업과 현지 기업, 그리고 국가경제 발전을 동시에 이끌어낸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여깁니다. '뉴노멀 시대' 걸맞은 정책수립을 ▦사회=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뉴노멀(New Normal)'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 과정에서 전세계적인 FDI는 어떤 변화를 보이고 있고 앞으로의 전망은 어떻습니까. ▦조환익 사장=뉴노멀 시대는 기본적으로 저성장과 규제강화, 그리고 부채차입이 줄어드는 디레버리징으로 대표됩니다. 따라서 뉴노멀 시대가 본격화되면 생활과 소비ㆍ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가 잇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투자 패턴 역시 예외는 아니죠. 한마디로 '보수적 실용주의'의 부각이라고나 할까요. 즉 글로벌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면서 기업들도 기본적으로 '성장'보다는 '생존'에 비중을 두게 되고 자연스레 투자 분위기도 소극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죠. 더불어 투자 후에도 시장 불안요소가 생기면 곧바로 회수하는 등 자본의 유출입과 이동이 한층 빈번해질 것입니다. 따라서 대규모 투자보다는 소규모 또는 단계별 투자가 보편화되겠죠. 전반적으로 저성장이 지속되고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직접 생산라인을 만드는 '그린필드' 투자는 줄어드는 반면 산업 구조조정과 이에 따른 인수합병(M&A) 투자가 증가할 겁니다. 이를 감안할 때 앞으로 투자유치가 예전보다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지금보다 훨씬 고도화되고 정교한 유치전략 수립이 필요합니다. 반면 환경과 자원에 대한 높은 관심은 신재생에너지와 재생 및 재활용, 그리고 에너지 저감 기술 등 저탄소 녹색 분야의 투자확대로 이어질 것입니다. ▦김득갑 실장=네, 맞는 말씀입니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글로벌 FDI가 크게 위축됐어요. 올 들어 차츰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글로벌 FDI가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으로 글로벌 FDI는 수익성과 재무구조가 건실한 기업들이 주도할 것입니다. 특히 신흥국 기업들의 해외투자를 눈여겨봐야 합니다. 실제로 전세계 해외 M&A와 합작투자(JV)에서 신흥국 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금액 기준)은 금융위기 이전 9.9%에 불과했으나 이후에는 18.2%로 급증한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죠. 따라서 글로벌 FDI의 다변화 흐름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선진국 기업은 시장추구형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보이지만 신흥국 기업들은 전략적 자산 확보를 위한 투자도 늘릴 가능성이 높아요. 자원 보유국에 대한 투자확대와 선진국 시장 진출을 위한 투자를 포함해서요. 그리고 선진국 기업과의 경쟁력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첨단기술과 유통채널, 고급 브랜드 등 전략적 자산 확보 목적의 M&A 투자 역시 늘려갈 것으로 분석됩니다. ▦사회=최근 국내 FDI가 110억달러로 정체국면에 있는데 우리나라에 있어 FDI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봅니까. 아울러 뉴노멀 시대에 걸맞은 FDI 정책에 대한 제언을 하신다면. ▦강성진 교수=지금껏 한국의 FDI에 대한 인식은 전형적인 개발도상국형 접근이었습니다. 자본 유입이나 생산기지화를 통한 수출증대에 집중돼왔던 셈이죠. 하지만 우리나라가 개도국의 단계를 벗어나고 있는 만큼 FDI 역시 선진국형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앞으로는 국내 기업과의 수평적 협력을 이루고 국내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뜻이죠.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있는 지역에 대한 외국기업들의 투자가 경제자유구역보다 더 많이 유입된 상황이 이를 잘 대변해주고 있습니다. FDI 정책이 선진국형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우선 법인세나 각종 인센티브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게 변화돼야 합니다. 그리고 FDI에 대한 혜택이 제조업뿐 아니라 서비스업에도 똑같이 돌아가는 균형 있는 정책도 필요해요. 마지막으로 국내외 기업에 동등한 혜택을 줘야 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김득갑 실장=앞으로 국가 간은 물론이고 지역 간에도 FDI 유치경쟁이 치열해질 겁니다. 전세계적으로 고용창출이 가장 큰 당면과제인 만큼 기업 투자는 물론이고 외국기업의 유치가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각국 정부는 자유무역협정(FTA)과 양자 간 투자협정을 통해 투자유치 노력을 강화할 것으로 봅니다. 특히 산업클러스터가 강력한 FDI 유치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지역클러스터 활성화를 위한 지원책을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특히 경쟁국인 중국의 FDI 유치 정책의 기조가 변하고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합니다. 중국은 지난해 1∙4분기에 FDI 유치액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 감소했는데 이는 중국의 정책이 '양'보다 '질'로 바뀐 것을 의미하죠. 첨단기술과 연구개발, 고부가 서비스, 신재생에너지 등에 대한 투자유치에는 적극 나서지만 공해과다 배출 산업 등의 투자는 지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중국의 FDI 전략 고도화는 앞으로 신성장산업을 놓고 우리나라와 유치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임을 예고합니다. ▦사회=최근 환율갈등을 비롯해 신(新)금융규제ㆍ녹색성장 등 세계 경제가 급변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흐름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올바른 FDI 정책 방향은 무엇인가요. 유치전략 완전히 새롭게 짜야 ▦김경식 실장=세계 경제의 저성장 추세와 중국 등 신흥국의 부상 등 최근 세계 경제 환경의 변화는 개방을 통한 성장을 지향해온 한국 경제에 중요한 변수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능동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특히 우리 경제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FDI는 이러한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해 새로운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선 현재 양 위주의 외국인 투자 정책 목표를 질로 전환하는 게 가장 필요하다고 봅니다. 즉 신성장동력 분야나 녹색기술 분야 등 미래의 먹을거리를 창출하는 데 필요한 수단으로 활용해야 된다는 뜻입니다. 더불어 국내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국내 서비스 산업 선진화를 위해 서비스 분야에 대한 투자유치도 집중할 계획에 있습니다. ▦조 사장=지금은 외국인 투자 유치에 대한 전략을 완전히 새롭게 짜야 할 시점입니다. 지금처럼 외국자본의 대량 유입에 따른 과잉 유동성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는 부족한 외화를 위한 투자유치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죠. 이제는 외국인 투자 유치 전략을 고용창출과 신성장동력의 확보, 그리고 지역개발에 중심을 두고 완전히 전환해야 합니다. 앞서도 말씀하셨지만 투자유치 대상 역시 선진국 일변도에서 벗어나 최근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세계 투자시장의 '큰손'으로 등장한 중국과 중동 등 신흥 자본국으로 다변화해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국내 기업과 글로벌 기업 간 공동 기술개발, 그리고 마케팅ㆍ투자가 결합된 '협력투자'를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어요. 이는 곧 상당히 유용한 '글로벌 상생협력'의 방안이 될 수 있고 글로벌 기업과의 혁신의 선순환 고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사회=외국에서는 한국의 투자환경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한국이 FDI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어떤 분야에 중점을 둬야 합니까. 더불어 저탄소 시대에 걸맞은 FDI 전략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아카몬 사장=일반적으로 투자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하기 마련이죠. 시장 성장성과 생산요소 비용, 그리고 인프라, 시장개방도, 투자유치제도 등이 포함되죠.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높은 잠재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돼 외국인 투자처로 매력이 매우 높아요. 더구나 그동안 부정적으로 인식됐던 노사문제도 과거와 달리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지 않습니까. 실제로 얼마 전 세계은행의 FDI 환경조사에서 한국이 전반적으로 '우수' 평가를 받은 것이 이를 잘 대변해주고 있다고 봅니다. 다만 앞으로 더 많은 FDI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미래 인구 감소 등에 따른 성장동력 축소 가능성과 아직까지 한국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규제 등은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마리안 페이 이코노미스트=바야흐로 세계 경제가 저탄소 시대를 맞고 있다는 점에서 '그린 FDI 비즈니스'는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여깁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사업을 통한 수익은 지난 2008년에 5,300억달러가 발생했어요. 오는 2020년에는 2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요. 고성장 그린 투자는 전세계적으로 외국인 투자 유치의 중요한 부분이 되고 있고 그 규모는 올해도 1조2,000억달러 정도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린 FDI를 유치하기 위해 어떻게 세계적인 기후변화 논의를 활용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가 남는데요,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녹색성장을 하겠다'는 국가 차원의 의지를 보여주는 게 가장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는 한국이 경험적으로 공공 부문 투자 등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외국기업들이 합작투자나 라이선싱을 하는 것보다는 자회사를 설립하도록 허가하고 지적재산권을 보호해주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해요. 교육과 능력 개발에 투자함으로써 외국 투자기업을 위해 현지 공급자와 잠재 파트너들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장려할 만합니다. ▦사회=주요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가 다음주에 열립니다. 한국이 이번 회의의 의장국인 점을 고려할 때 외국인 투자 측면에서는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요. ▦김경식 실장=우리가 G20 정상회의를 개최한다는 것은 그동안 '제도 수용자(rule taker)'에서 '제도 설정자(rule setter)'로 위상이 전환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당연히 경제∙사회∙문화 등 전 영역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고 외국인 투자 확대에도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입니다. 특히 이번 회의는 G20 최초로 정상회의와 함께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여하는 '비즈니스 서밋'이 열립니다. G20 정상회의와 비즈니스 서밋의 성공적인 개최는 국가 브랜드 제고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의 이미지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며 이를 통해 외국인 투자가 촉진되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조 사장=G20 정상회의가 우리에게 큰 도전이자 기회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특히 의장국으로서 국가 간 갈등의 중재 역량을 보여준다면 우리의 위상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지게 되죠. 이는 곧 국가신인도 향상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 우리가 '서울합의'를 이끌어낸다면 국가 브랜드 강화로 연결될 것이고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외국인 투자 확대의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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