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에 걸려 입원할 때는 신속하고 과감하게 진행해야 하듯이 지난해 한국 정부의 글로벌 금융위기 대처능력은 탁월했습니다. 해외에 우리의 성공 사례를 알려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책을 쓰게 됐습니다." 초대 금융위원장이었던 전광우(61ㆍ사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2일 한국의 성공적인 금융위기 극복 경험과 정책적 교훈을 담은 영문 책자 '위기를 넘어서:2008 글로벌 금융위기와 한국의 부상(Beyond the Crisis:Korea's Emergence from the Global Financial Storm of 2008)'을 출간했다. 세계은행 수석연구원, 미시간주립대 교수 등을 지내고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정부의 긴급 요청으로 귀국한 글로벌 금융전문가인 그는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살아 있는 바다와 같아 제도적 노력으로 파도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며 "크고 작은 금융시장의 파고는 올 수밖에 없지만 그 파도가 전세계를 뒤덮는 쓰나미가 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책을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한 전략으로 5R를 제시했다. ▦금융혁신과 금융규제의 새로운 균형 추구(Rebalancing financial innovation and prudential regulation) ▦기업의 지배구조와 금융시스템의 신뢰 재구축(Rebuilding trust in corporate and financial systems) ▦현대 금융자본주의의 재수정(Resetting modern financial capitalism) ▦국제금융체제의 재편(Reshaping international financial architecture) ▦경기부양에서 출구전략으로의 재고(Rethinking the transition from stimulus to exit strategy) 등이다. 그는 "파생상품 등 금융혁신이 금융시장의 발전을 촉진하고 이로 인해 경제가 성장해 삶과 질이 향상되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규제와 감독이 수반되지 않으면 위험성이 높아진다"며 "또 금융기관이 무리하게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지 말고 합리적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제통화기금(IMF)을 중심으로 한 국제적 최종 대부자 기능 도입 등을 강화함으로써 특히 신흥시장 국가들이 외환시장을 안정화할 수 있는 국제공조가 필요하다"며 "최근 주요20개국(G20) 차관회의에서도 글로벌 금융위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논의하는 것처럼 G20 국가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구전략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번 금융위기의 충격이 컸던 만큼 출구전략 실행은 신중해야 한다"며 "위기의 초기대응은 병에 걸려 입원하는 것과 같이 신속하고 과감해야 하지만 출구전략은 퇴원처럼 천천히 움직여야 한다. 진통제와 영양제 효과 때문인지 의사가 진단해 퇴원 결정을 내리듯이 금융위기의 출구전략도 면밀하게 조사한 후 본격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책은 해외 언론과 국제기구, 그리고 세계금융기관 등을 통해 배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