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허문석씨 없어서…” 떠넘기기 의혹

● 유전게이트 중간수사 발표 <br>청와대·이광재의원등 개입 정황은 포착<br>정치권 외압실체 못밝혀 논란 계속될듯


2일 검찰의 유전의혹 수사발표는 한마디로 유전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허문석(석유전문가ㆍ인도네시아 도피)씨가 없어 외압의 실체를 밝히지 못했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수사 초기부터 개입의혹을 받던 이광재 의원이나 나아가 청와대의 개입정황은 포착됐지만 이들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허씨가 없어 더 이상의 수사는 무의미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지난 4월 중순 수사 착수 이후 김세호 전 건교부 차관(유전사업 추진 당시 철도청장), 왕영용 철도청 전 사업본부장 등 유전사업을 주도했던 인물들을 연이어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로 구속하고 이 의원, 청와대 등 외부세력의 개입 흔적을 밝혀냈지만 여전히 적지않은 의문점을 남기고 수사를 일단락지은 것이다. 허씨가 국외로 도피한 점을 악용해 사건 관련자들이 모든 외압의혹을 허씨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실제 왕 전 본부장은 산업자원부로부터 유전사업 투자신고서를 받는 과정에서 허씨를 통해 ‘윗선’의 도움을 받았고 이에 따라 우리은행으로부터 650만달러의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고 진술했다. 또 왕씨는 유전사업 조인식을 지난해 9월 노무현 대통령의 방러 일정에 맞추기 위해 노 대통령의 방러 일정을 이 의원 사무실에서 허씨를 통해 입수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 의원 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허씨의 국외 도피(올 4월4일)에 이 의원의 후원회장인 이기명씨가 관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두 사람이 지난해와 올해에 73회에 걸쳐 통화한 사실은 밝혀냈지만 허씨의 진술이 없는 상황에서 이씨의 사업개입 혐의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청와대 개입 여부도 관련자들의 진술만 있어 결국 확인이 불가능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왕 전 본부장으로부터 사업 보고를 받은 김경식 행정관이 직접 철도청에 찾아가 사업진행 상황을 묻고 청와대의 또 다른 최모 행정관 역시 사업을 주도한 전대월 하이엔드 대표로부터 철도청의 사업진행 상황을 파악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지만 청와대의 윗선 보고나 개입정황은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결국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철도청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무모하게 사업을 추진하다 실패했다는 수사 결론만 나왔을 뿐 이번 수사는 정치권 외압의혹 등에 대해서는 미완으로 남겨두고 있어 앞으로도 유전게이트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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