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하이브리드 틸트로터 항공기 시대 성큼

전기 동력으로 하늘 날며 어디서든 수직이착륙<br> 하이브리드차량 장점등 활용…英 팔스에어 내년 인증 획득… 2010년께 상용모델 시험비행<br>중량 445㎏, 경차보다 가벼워… 시속 290㎞·항속거리 700㎞… 레저·군사용등 활용성 다양

하이브리드 틸트로터 항공기의 주익은 이착륙을 할 때는 지면과 수직으로, 전진비행을 할 때는 수평으로 기울어진다. 이 때문에 비행 중 로터가 고장이 나도 활공을 통한 착륙이 가능하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11월호 www.popsci.co.kr 내년이면 전세계 항공교통업계에 일대 혁명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영국의 항공기 제조업체인 팔스에어(Falx Air)가 전기를 주동력원으로 하는 신개념의 하이브리드 틸트로터 항공기(Hybrid Tilt-Rotor Aircraft)를 상용화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항공기는 틸트로터 항공기와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장점을 융합한 것으로 고정익 항공기의 기동성, 헬리콥터의 수직이착륙 능력, 그리고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효율성까지 겸비하고 있다. 팔스에어는 내년 초 영국 민간항공국(CAA)의 인증을 획득한 후 오는 2010년 중 상용모델의 시험비행을 실시할 계획이다. '인적이 드문 도로 위에 자동차 한 대가 전복돼 있다. 부상당한 운전자가 휴대폰으로 구조요청을 했지만 언제쯤 구조요원이 도착할지 몰라 애를 태운다. 이때 어디선가 멋진 외관의 항공기가 쏜살같이 날아와 사고차량 위에서 조용히 정지비행을 시작한다. 정지비행은 날개와 로터를 지면과 수직이 되도록 해 이뤄지는데, 이 상태에서 착륙한 항공기에서 구급요원이 내려온다. 운전자를 태운 항공기는 재차 수직으로 이륙해 시속 400㎞의 속도로 병원을 향해 날아간다.' 이는 공상과학(SF) 영화에 나오는 장면이 아니다. 수년 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목격하게 될지도 모를 광경이다. 영국의 항공기 제조업체인 팔스에어가 이 같은 능력을 발휘하는 새로운 개념의 하이브리드 틸트로터 항공기(HTRA)를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HTRA는 명칭에서 연상되듯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한 틸트로터 항공기다. 엔진이 아닌 전기로 구동되는 틸트로터 항공기라는 얘기다. 즉 HTRA는 고정익 항공기의 속력과 헬리콥터의 수직이착륙 능력, 그리고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효율성 등 3개 이동수단의 장점을 한 몸에 지니고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효율성 HTRA의 혁신적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린 사람은 팔스에어의 오너인 사이먼 스콧. 그는 지난 2000년부터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전동식 항공기 개발에 매진해오다 최근 하이브리드 자동차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의 설계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하이브리드 시스템. HTRA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104마력의 2행정 내연기관 엔진 1기와 2대의 발전기, 55마력의 전기모터 2대, 그리고 100㎏의 리튬이온 배터리로 구성된다. 엔진으로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하고, 이 전기로 전기모터를 가동시켜 주익(主翼)의 로터를 구동하는 것. 즉 엔진은 전기 생산에만 이용될 뿐 모든 동력은 전기모터가 제공한다. 배터리에는 이렇게 생산된 전기 중 로터 가동에 쓰고 남은 잉여전력이 저장되며 이착륙 때나 정지비행에서 전진비행으로 전환할 때와 같이 많은 동력이 필요한 순간 여분의 에너지를 제공한다. 스콧이 이 같은 시스템을 구성한 것은 배터리에 의존하지 않는 동력원의 확보를 위해서다. 스콧은 "틸트로터 항공기의 로터는 일반 헬리콥터보다 면적이 작기 때문에 그만큼 큰 힘으로 양력을 생성해야 한다"며 "HTRA는 엔진이 일정한 전력을 지속적으로 생산해줘 사실상 배터리의 도움을 거의 받지 않고 이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 군사 등 활용성 무궁무진 하이브리드 시스템 덕분에 HTRA는 보통의 틸트로터 항공기에 비해 작고 가볍다. 현재 팔스에어는 HTRA를 1인승과 2인승 두 가지 모델로 생산할 계획인데 1인승의 경우 전장이 5.13m, 전폭이 5.59m로 웬만한 무인 틸트로터 항공기와 유사하다. 제트엔진ㆍ기어박스 등 무거운 부품이 없어 중량 또한 경승용차보다 가벼운 445㎏에 불과하다. 반면 성능은 놀라운 수준이다. 순항속도와 최대속도는 각각 시속 290㎞, 435㎞이며 항속거리도 최대 700㎞에 이른다. HTRA의 최대 장점으로 꼽히는 것은 탁월한 연료소비 효율이다. HTRA에는 34리터의 연료탱크가 채용될 예정인데 스콧은 내연기관 엔진이 오직 발전기를 돌리는 용도로만 활용된다는 점을 들어 연료소모량이 시간당 7.56리터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순항속도를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연비가 1리터당 무려 38㎞에 달하는 것이다. 특히 팔스에어는 HTRA의 주익에 로켓추진 방식으로 분출되는 낙하산을 내장, 비행 중 모든 기능이 정지돼도 조종사가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 같은 점을 모두 감안하면 대당 150만달러라는 가격이 전혀 비싸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팔스에어는 HTRA의 이 같은 특성으로 인해 의료기관의 응급구조구난용은 물론 경찰 및 군 당국의 정찰감시용, 그리고 일반인의 레저용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술적 한계도 있어 현재 팔스에어는 HTRA의 모든 설계를 완료하고 프로토타입 모델 제작에 필요한 자금 500만달러를 지원해줄 투자자를 찾고 있는 상태다. 다만 내연기관 엔진에 대해 아직까지 감항능력을 공인 받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감항능력이란 항공기가 자체적 안정성 확보를 위해 갖춰야 할 능력을 말한다. 하지만 스콧은 HTRA의 배터리를 GM의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시보레 볼트에 쓰인 것과 유사한 인산철 리튬(LiFePO4) 배터리로 대체, 이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스콧은 최소의 LiFePO4 배터리를 사용, 최대의 전력생산이 가능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 항공기를 띄우기 위해서는 자동차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전력이 필요한 탓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현재의 기술 수준을 감안할 때 조만간 그의 구상이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하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대학 항공우주공학과의 인더리트 초프라 교수도 그 중 한 사람. 그는 지난해 미 항공우주국(NASA) 에임스연구센터에서 연료전지 및 리튬 폴리머 배터리를 채용한 전동식 헬리콥터의 연구를 수행하면서 다양한 기술적 한계를 몸소 체감했다. 초프라 교수는 "시뮬레이션 결과 현재의 배터리 기술로는 2인승 로빈슨 R-22 헬리콥터를 단 10분밖에 띄울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개인적으로는 하이브리드 헬리콥터는 5~10년, HTRA는 10년 이후에야 현실화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기술혁신에 대한 희망 스콧은 이에 대해 배터리 효율을 위시한 기술적 한계들은 충분히 극복 가능한 과제일 뿐 불가능의 영역이 아님을 강조한다. 더욱이 자신은 물론 전세계의 많은 연구자와 엔지니어들이 이 분야를 연구하고 있어 머지않아 혁신적인 기술개발이 이뤄질 것으로 믿고 있다. 일례로 미국인 항공기 설계사인 에이브 카렘은 세계 최초의 틸트로터 여객기를 개발 중이다. 에어로트레인(AeroTrain)으로 명명된 이 여객기는 전기모터로 로터를 돌리는 것은 아니지만 승강타와 방향타, 그리고 로터의 방향전환 등 주요 조종장치의 구동에 전기모터를 사용한다. 기존 틸트로터 항공기와 HTRA의 중간단계인 셈이다. 카렘은 이를 통해 에어로트레인이 120명의 승객을 태우고도 보잉 737 여객기와 유사한 시속 660㎞의 속도로 최대 1,600㎞를 날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콧은 이 같은 노력들이 HTRA의 실용화를 위한 기술적 난제들을 해소시켜줄 것이며 그로 인해 자신의 HTRA가 반드시 창공으로 비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명한다. 그는 "프로토타입 모델을 활용, 세부적인 기술을 다듬은 뒤 내년 중 영국 민간항공국(CAA)의 인증을 획득할 방침"이라며 "이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2010년께에는 HTRA의 상용모델이 시험비행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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