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 美국채 손실 줄일 묘책있다"

달러약세 기조가 이어져온 가운데 미 국채를 대거 보유하고 있는 동아시아 주요 경제국들이 위기관리 차원에서 이를 처분하는 것이 현명하며 첫 테이프를 한국이 끊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미국의 저명한 경제 칼럼니스트가 권고했다. 윌리엄 페섹은 29일 블룸버그에 게재된 `한국, 미국채 보유 손실 줄일 수 있다'는 제목의 기명 칼럼에서 세계 4위 외환보유국인 한국이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미국채 보유를 줄일 수 있는 유리한 여건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페섹은 따라서 한국은행의 `외화자산 관리 다변화 검토' 발언으로 이미 국제금융시장을 한차례 출렁이게 한 한국을 계속 주목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페섹의 칼럼을 간추린 것이다. 『 한국은 일본 및 중국과 함께 아시아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보유 달러자산을 줄이는 측면에서는 아직 초보다. 한국은행은 이미 외화자산 운용 효율을 높이길 원한다는 점을 서슴없이 밝힌 상태다. 5월 27일에는 일본, 중국 및 역내 다른 국가들과 함께 이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다. 일본, 중국 및 대만에 이어 가장 많은 2천50억달러 가량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의 한덕수 경제부총리도 외화 자산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자은행들인 골드만 삭스와 메릴 린치, 그리고 HSBC는 달러 약세가 올해도 4년째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면서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중앙은행들이 보유 달러를아마도 줄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달러 약세와 함께 미국의 재정 및 경상적자가 더 이상 지탱될 수 없다는 우려가원인임이 물론이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홍콩, 싱가포르, 대만 및 태국이 갖고있는 미 국채는 모두 합쳐 1조1천억달러가 넘는다. 이런 상태에서 가격과 반대로 가는 국채 수익률이 조금이라도 상승하면 이들 아시아국 중앙은행이 입는 손실은 만만치 않다. 그런데도 그 위험을 왜 계속 감수하고 있는 것인가. 지금이 바로 행동할 때다. 한국은 그 행동의 첫 테이프를 끊을 수 있는 유리한 입장이다. 일본이나 중국이미 국채를 매각한다면 파장이 엄청날 수 밖에 없다. 반면 한국은 `조용히' 움직일수 있다. 적어도 단기적으로 그렇다. 미국채 매각은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에도 약이 된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오랫동안 `개도권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해왔다. 외환 관리에서 특히 그랬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자국통화 가치가 올라가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이는 자본 유입을 촉진시키는 힘이기 때문이다. 또 증시가 활성화되며 채권 가격도 상승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환율 하락은 아시아국 정부들도 하여금 내적 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는 개혁을불가피하게 만든다. 아시아국들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외환 보유가 탄탄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을갖게 됐다. 그러나 그로부터 벌써 7년여가 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 국채를 손에 쥐고 전전긍긍하는 것이다. 동아시아국들이 방대한 경상흑자를 누리면서 동시에 해외 민간자본이 대거 흘러드는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이는 "역내 정책입안자들이 뭔가 스마트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세계은행의 아시아지역 분석책임자 호미 하라스는 지적했다. 아시아국들은 더 이상 환율을 경제의 버팀목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뭣하러 그많은 돈을 미국에 쌓아두는가. 그 돈을 국내로 끌어들여 경제 인프라를 개선하고 기업 활동도 촉진시키는 용도로 써야 한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이렇게 하면 개혁이 가속화되며 굴뚝 산업이 아닌 아이디어와 기술기반 성장의 발판도 다지게 된다. 이는 한국내 정책입안자와 재계, 그리고 학계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이다. 이런과정을 거쳐야만 한국이 명실상부한 아시아 3위 경제국으로 중국의 급부상에 대처할수 있다. 아시아의 `약(弱)통화'는 미국에게는 `무임승차권'이다. 아시아국들이 계속해서미 국채를 소화해줌으로써 미국은 달러 가치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미국채 수익률이급등하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만약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미 국채를 대거 처분한다면 미국으로서는 달리 도리가 없다. 허리띠를 졸라매며 안으로 눈을 돌릴 것이며 방만한 재정도 통제하지 않을수 없게 된다. 세금을 올리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다. 이는 달러를 안정시킬 것이며궁극적으로 국제 금융체제에도 도움이 된다.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이 기회있을 때마다 재정 및 경상적자 감축 노력을 강조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거듭 확인된다. 미 국채 보유는 아시아에게는 일종의 `함정'이다. 역내 중앙은행들은 이제 신중하게 미국채 보유로 인한 위험을 줄여야 한다. 그래야만 자기네 시장을 불안하지 않게 하며 약달러 피해도 축소시킬 수 있다. 아직은 시간이 있다. 국제 금융시장은 과연 누가 미국채 매각의 첫 테이프를 끊을지를 궁금해하며 특히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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