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기업 구조조정 칼날 무뎌지나

채권銀, 野 출신 단체장 대거 등장에 곳곳서 꼬리내리는 모습<br>성지건설 채권단 지원으로 최종부도 위기 넘겨<br>"정책당국, 명확한 입장·원칙 표명해야" 목소리


'6ㆍ2 지방선거' 이후 기업 구조조정의 속도와 내용이 무뎌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6월부터 부실건설사를 중심으로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지역기업 살리기를 내세운 야당 출신 지방자치단체장이 대거 등장함에 따라 기업 구조조정이 차질을 빚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구조조정 전문가들은 금융 당국이 6ㆍ2 지방선거 이후 '정치논리'에 휘둘려 구조조정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여서는 안 되며 '경제논리'에 따라 구조조정작업을 일정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금융권 지역 민심에 꼬리 내리나=강운태 광주시장 당선자는 지난 4일 광주를 방문한 민유성 산업은행장에게 지역 건설업체 부도에 따른 어려움과 이달 말로 예정된 3차 건설업 구조조정에 대한 지역 건설업체의 위기감을 전달했다. 민 행장은 이 자리에서 부도 건설업체에 대한 지원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차질 없는 구조조정을 외쳤던 은행 채권단이 꼬리를 내리는 듯한 행동은 곳곳에서 포착된다. 중견 건설사인 성지건설은 3일 12억원의 어음을 막지 못해 1차 부도를 냈지만 다음날 채권단이 결국 어음을 결제해 최종 부도를 면할 수 있었다. 진성토건도 무리한 사업 추진으로 최종 부도위기에 몰렸지만 채권단의 연이은 자금 지원으로 연명하고 있다. GM대우 역시 이달 초 1조원 이상의 채무상환을 해야 했지만 채권단은 한 달간 다시 채무상환을 연기해줬다. 5월 말 재무개선약정 체결 대상으로 선정된 현대그룹에 대해서도 채권단은 아직 약정을 체결하지 못하고 시간만 끌고 있는 상황이다. ◇정책 당국이 중심 잡아야=금융 전문가들은 금융위원회ㆍ금융감독원 등 정책 당국이 부실기업과 은행 채권단에 정확한 시그널과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책 당국이 구조조정에 대한 명확한 입장과 원칙을 표명하지 않을 경우 기업 구조조정이 변죽만 울리고 끝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방선거 이후 은행 채권단이 기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며 "기업 구조조정을 강하게 밀어붙일 경우 자칫 지역 민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융 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방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기업 구조조정은 원칙과 스케줄대로 추진해야 한다"며 "경제가 살아나는 시점에서 한계기업은 모두 털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권은행들은 6월까지 금융권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의 대기업에 대한 신용위험평가를 거쳐 구조조정 대상을 가리게 된다. 또 시공능력 상위 300위권 건설사들에 대한 신용위험평가도 오는 20일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신용공여액 30억원 이상 500억원 미만인 중소기업의 신용위험평가는 11월 말까지 끝내기로 했다. 채권단은 평가 대상 기업들을 A등급(정상), B등급(일시적 유동성 부족), C등급(워크아웃), D등급(법정관리)으로 분류해 C와 D등급 업체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을 계획대로 추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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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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