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범죄와의 전쟁'에도 살아남은 폭력조직

80년대 범호남파가 뿌리…`돈 되면 무엇이든 개입'

1년여에 걸친 검찰과 경찰의 수사 끝에 두목과 부두목 등 34명이 구속되고 43명이 수배돼 사실상 일망타진된 `연합 새마을파'는 조직폭력 집단의 생명력이 얼마나 끈질긴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다. 호남 지역을 무대로 활동하다가 상경한 연합 새마을파 조직원들은 1970년대 서울을 무대로 악명을 날렸던 `범호남파'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검찰과 경찰은보고 있다. `범호남파'는 1980년대에 `3대 패밀리'로 불리던 `서방파', `OB파', `양은이파'가 분열되기 전 조폭 세계를 대표하는 조직이었다. ◆ 호남에서 수도권으로 옮겨 세력 결집 = 과거 `범호남파'의 세력 확장에는 지역 경제의 낙후성이 큰 요인이었다. 5.16 군사쿠데타 이후 대대적인 소탕령으로 수면 밑으로 들어가 활동을 극도로 자제했던 조폭 집단들은 `신상사파'라는 조직이 등장하면서 통합된다. `신상사파'는 과거 이화룡이 이끌었던 명동파 행동대장 신모씨가 결성했던 조직으로, 신씨는 1959 동대문 사단 유지광과 결투 끝에 명동 일대를 장악했다. 그러나 1960년대 지역 차별과 무분별한 개발 정책으로 소외됐던 호남의 `주먹'들이 무작정 상경해 `범호남파'를 결성하면서 조직폭력 세계에서 힘의 주축이 새롭게 형성된다. `범호남파'는 서울 무교동 유흥가를 무대로 세력을 키운 뒤 유명한 `명동 사보이호텔 사건'때 신상사파를 급습해 폭력 세계를 사실상 장악했다. 이후 `범호남파'는 내부 분열 끝에 `3대 패밀리'로 갈라졌고, 이들은 1990년 노태우 대통령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기 전까지 각종 이권 사업에 깊숙이 개입해 온갖 만행을 저질렀다. 이번에 실체가 드러난 `연합새마을파'도 1990년대 호남에서 활동하던 `목포 새마을파', `청계파', `무안파', `해제파' 등 4개 조직이 모여 1999년에 만든 조직이다. 70, 80년대보다는 덜 하지만 여전히 경제적으로 소외됐던 호남 지역의 작은 폭력 조직들이 낙후된 지역경제 탓에 이권 개입 여지가 적은 호남을 벗어나 활동무대를 수도권으로 옮겨 거대 조직을 탄생시킨 것이다. 조직통합 이전에는 다른 지역의 조직폭력배들에 비해 수적으로 밀려 세력도 약했고, 이권 사업도 적었기 때문에 활동 범위가 넓지 않았지만 몸집을 키운 뒤부터는사정이 달라졌다. ◆`돈 되는 일이면 뭐든지…' 작은 이권에도 개입 = 연합새마을파는 돈벌이가 되는 일이면 무작정 뛰어들어 검은 돈을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과 경찰은 연합 새마을파가 재개발 공사 현장에 다른 조직 폭력배 300여명을 끌어 들여 철거를 반대하는 주민과 대치하기도 했고, 섀시 업자의 청탁으로 다른 시공업자를 협박해 아파트 섀시 공사권을 갈취했다고 밝혔다. 또 수배된 고문 장모씨 등은 대형 나이트클럽과 룸살롱 운영에 관여했고, 두목김씨는 상가재개발 이권에 개입하는 등 부두목급 이상은 조직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개별적인 사업을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2002년 10월에 해병전우회 중앙회장을 뽑는 자리에서 두목 김씨의 지시로 조직원 30여명이 회칼과 야구방망이를 들고 행사장 주변을 에워싸는 식으로 공포감을 조장했고, 재작년 8월에는 광주 지역 상가 운영권을 놓고 동아파 조직과 흉기로 패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식당 주인을 납치, 감금해 2억5천여만원 상당의 식당 운영권을 가로채고 도박에 끼어든 사람을 납치해 5천만원을 뜯어내기도 했다고 수사팀은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100여명으로 추산되는 조직원 이탈을 막으려고 전국에 9개의 합숙소를 두고 수사 기관의 추적을 피했고, `강령'을 만들어 조직을 관리한 것이 이조직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학원폭력과 연결 고리 차단 = 검찰과 경찰은 1990년 `범죄와의 전쟁' 이후 이달 초까지 2만7천300여명에 달하는 조직 폭력배를 단속했다. 이 중에 전국을 무대로 한 조직폭력배는 1만7천300여명에 달하고 현재까지 수감된 인원은 1천700여명이다. 2003년 6월 이후 조직폭력사범 전담 서울지역 합동수사부에서만 14개 폭력조직307명을 단속해 162명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과 경찰은 통상 `일진회'로 불리는 학원 폭력이 일반 폭력 조직과 연계되는것을 막기 위해 폭력조직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는 한편 단순히 범죄단체에가입하는 것만으로도 엄단할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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