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를 일으킨 영국의 석유회사 BP가 미국 정부의 압력과 여론에 굴복해 기름오염에 따른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200억 달러의 기금을 내놓기로 했다. BP는 이 같은 기금 마련을 위해 올해 말까지 주주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BP 경영진과 3시간 이상넘이어진 면담을 마친 후 "BP가 실질적인 피해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200억 달러의 보상기금을 내놓기로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BP는 200억 달러와 별도로 6개월간 심해 석유시추 프로젝트의 동결로 인해 일자리를 잃게 된 시추 기술자들을 위해 1억 달러의 보상기금을 추가로 내놓기로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억 달러는 보상액의 상한선이 아니며, 이 기금조성으로 인해 개인 및 주정부가 법적 소송을 제기할 권리를 소멸시키는 것도 아니다"라며 BP에 대한 책임 추궁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시사했다.
이 기금은 9.11테러 희생자 기금을 관리했고 현재는 구제금융을 받은 대형금융회사들의 경영진 급여 조정업무를 맡은 케네스 파인버그 현 백악관 특별보좌관이 관장하게 된다.
BP의 칼 헨릭 스반베르 회장은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원유유출 사태와 관련해 BP 임직원들을 대표해 미국인들에게 사과했다. 스반베르 회장은 오는 21일 지급하기로 한 26억 달러를 비롯해 올해 말까지 주주 배당금을 일체 지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BP가 지급해온 연간 배당금 규모는 약 100억 달러에 이른다.
블룸버그통신은 BP가 재원 마련을 위해 올해 100억 달러의 자산을 매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전체 피해보상 규모는 200억 달러를 훨씬 초과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원유 유출 사태 이후 주가가 급락하는 등 BP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크레디트 스위스는 피해 규모를 360억 달러로 추산했으며 금융 서비스 회사인 레이먼드 재임스 63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더 나아가 BP가 미국뿐만 아니라 멕시코로부터도 배상 요구에 시달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멕시코 정부가 원유유출로 인한 환경오염 영향을 연구하는 데 필요한 재원 2,000만 달러를 BP에 요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