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청와대에 보고한 금융감독체제 개편안은 지난달 21일 금융감독체제 개편 선진화 태스크포스(TF)가 발표한 것보다 금융위의 권한을 낮추고 금융소비자보호원의 권한을 높인 것이 골자다.
박근혜 대통령의 주문대로 금융감독원에서 금소원을 분리한 동시에 금융회사 제재권을 가지려던 금융위 역시 계획에서 물러난 셈이다.
그러나 금감원과 금소원을 분리한다고 실효성이 높아지겠느냐는 지적이 여전하다. 금융회사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할 금소원의 예산을 금융회사가 내는 구조 역시 논란거리다.
특히 야당을 비롯한 학계 일부에서는 금융위가 정책과 감독, 소비자 보호 부분을 나눠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른바 '금융위 해체론'이다. 그동안 정부는 금융감독개편과 별개라며 선을 그었지만 앞으로 국회에서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7일 "금융감독체계 1차 개편안 중 논란이 된 부분을 원점으로 돌아온 것으로 국회가 어떻게 결론 내리느냐에 따라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소원 지위 논란될 듯=박 대통령이 금융감독 TF 방안 중 문제 삼은 대목은 금감원에서 금소원을 분리하지 않은 것이다.
사실 금융위가 만들었던 1차 방안은 '금융위가 금감원의 조직을 축소하고 금소원을 금융위 관할에 두기 위한 것'이라는 금감원의 반대를 감안했다는 게 금융계의 중론이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 업무는 같은 조직에서 조율해야 혼란을 주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두 기관이 실적주의 경쟁을 벌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시어머니가 둘로 늘어나기를 원하지 않는 업계 역시 금감원의 생각에 동조했다.
그러나 일부 학계와 시민단체는 금감원의 한 조직인 금융소보처가 독자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다며 분리를 주장했고 박 대통령도 같은 취지로 재검토를 지시했다.
금소원 출범 당시 인력과 예산을 금감원으로부터 나누려는 계획 역시 반론이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구로 금감원에서 소비자 보호 업무에 관련한 인력과 예산이 넘어오는 것이므로 금융회사의 추가 부담은 없다"고 말했다.
현재 금감원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증권 발행 분담금과 감독 분담금 중 감독 분담금의 일부가 금소원에 넘어간다는 것이다. 감독 분담금은 은행 등 금융회사가 자산을 기준으로 나눠 낸다.
그러나 이에 대해 금융계 관계자는 "금융회사와 소비자는 어찌 보면 대립관계인데 금소원이 금융회사로부터 재정을 받는다면 독립성의 취지가 훼손되는 게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금융위도 나눠라"… 야당 주장 쟁점될 듯=민주당 등 야당은 금융감독체제 개편의 핵심은 금융위의 해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방안에는 금융위가 여전히 금감원의 재제권에 개입하는 형식으로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때문에 국회 논의 과정에서 야당은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갈 생각이다.
앞서 금융감독 TF는 금감원의 금융회사 제재 과정에 금융위가 직접 나서는 방안을 제시했다. 금융위에 제재심사소위를 둬서 제재심의 전반에 관여하든지 관련 사무처를 만들어 최종방안을 한 번 더 거르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의 조직 불리기, 옥상옥 기구라는 비판이 나오자 금융위는 조직을 신설하는 대신 실질적으로 참여를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금감원은 현재 금감원 재제 심의위원 아홉명 중 네명이 금융위 측 인사라면서 현행제도로도 금융위가 개입할 수 있다면서 부정적이다.
그러나 김기준ㆍ민병두ㆍ정호준 민주당 의원은 금융위의 금융정책을 기획재정부나 신설부처로 넘기고 금융감독위로 개편하는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금융정책과 제재권을 포함한 감독, 소비자 보호를 아우르려는 금융위의 생각과는 거리가 멀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정부조직 개편안은 주로 정부와 여당의 입장이 많이 반영되지만 야당의 주장이 강해 최종안이 통과하기까지 마찰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