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6월 4일] 미국은 한국정부 요구 받아들이길

정부가 미국 측에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의 수출중단을 요청하고 회답이 올 때까지 고시와 검역을 중단하기로 했다. 연일 계속되는 촛불시위 등 국민의 뜻을 받아들인 셈이다. 반면 미국 측은 현재 사태파악과 긴밀한 협조를 다짐하면서도 일단 일부 쇠고기 업체들이 도축 당시의 월령을 표시하겠다고 밝혔을 뿐이다. 미국산 쇠고기를 구입하는 것은 전적으로 한국 소비자들의 선택이라는 태도다. 그러나 월령을 표시하더라도 최대 120일 동안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어 광우병 잠복기간이 긴 점을 감안할 때 미국 쇠고기 업체의 제안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도리어 미국 업체들은 계속적인 월령 표시로 한국 국민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 그것이 한국에서 전반적인 미국산 쇠고기 불매운동이 일어나는 것을 막는 길이다. 우리 정부는 30개월령 이상 수출중단 요청이라는 형태로 사실상의 재협상을 시도하고 있지만 앞으로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특히 미국 측이 재협상을 거부하고 우리가 한미 쇠고기 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면 한미 간에는 본격적인 무역분쟁 돌입이라는 최악의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이 경우 지난해만 해도 85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낸 우리로서는 엄청난 피해를 각오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도 전반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이미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한미 FTA의 자동차 부문에 대한 미국 측 불만을 대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은 한미 FTA 재협상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한미 FTA 비준을 촉진시키려던 쇠고기 협상이 부메랑이 되어 일파만파를 일으키는 셈이다. 미국 측은 수출이 허용되더라도 소량에 불과할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에 연연하지 말고 우리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 우리 정부는 부분적인 무역피해가 불가피해도 식탁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국민적 기대를 저버릴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쇠고기 시장도 살리고 양국의 상호이익을 보장할 한미 FTA도 살리는 방안을 모색할 때다. 시민단체들도 이제는 촛불집회를 마무리하고 우리 정부의 재협상 추진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국제적 관례를 무시하고 잘못하면 나타날 엄청난 후유증을 무릅쓰고 재협상을 추진하기로 한 정부에 시간을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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