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제자금 안전투자처 대이동

스위스 프랑화·신용높은 단기국채로 몰려미국의 테러 사태 이후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국제 투자자금이 안전한 피난처를 찾아 대이동을 시작했다. 미국의 보복전이 초읽기로 들어가자 국제 자금은 지금까지 가장 확실한 투자대상으로 여겨지던 미 달러화 등을 떠나 영세 중립국인 스위스 프랑화나 신용도가 높은 단기 국채 등으로 몰려들기 시작한 것. 여기에 각국 금융기관이나 헤지펀드들도 투기성이 강한 투자를 회피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어,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 시장에서 국제 자금이 대거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24일 최근 세계 자금이 주식에서 채권, 특히 신용도가 높은 미국ㆍ독일 등 일부 국가의 단기 국채로, 또 테러 당사국인 미 달러화에서 외환시장의 '피난통화'인 스위스 프랑으로 흘러가는 등 안전성을 기준으로 한 '옥석가리기'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미국의 스테이트 스트리트 뱅크가 국제통화기금(IMF)과 공동 개발해 산출하는 '리스크 선호도 지수'는 최근 열흘 새 급락, 마이너스 0.5에 육박하고 있다. 리스크 선호도지수란 투자가가 '고수익 고위험'을 선호하는 상태를 1,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삼는 상태를 마이너스 1로 나타낸 수치. 전시 등에는 통상 투자가들이 기축통화인 달러화를 선호했지만, 미국이 전쟁 당사국으로 미 경제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이번 사태에선 달러화에 대한 기피가 두드러지고 있다. 도쿄 외환시장에서는 지난 12일 이후 엔ㆍ달러 거래가 급감, 하루 평균 현물거래량이 종전의 91억달러 수준보다 20억달러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스위스 프랑화는 지난 11일 테러 발생 이후 통화 가치가 8%가량 급등한 상태다. 한편 채권시장에서는 국가신용도가 높은 미국이나 독일의 단기채권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 이에 따라 2년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지난 주 한때 사상 최저치인 2.81%까지 떨어졌다. 불안심리로 인해 해외로 투자했던 자금을 본국으로 돌려오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최근 엔화가 상승세를 보이는 데는 해외에 투자됐던 일본 투자자금이 일본으로 되돌아가고 있는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대표적인 '고위험 고수익' 투자처로 여겨지는 신흥시장도 기피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어 97년 외환위기의 상처가 채 가시지 않은 아시아 각국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세계 민간금융기관으로 구성된 국제금융협회(IIF)는 최근 발표한 예측 보고서에서 신흥시장에 대한 민간자금의 순유입액이 지난해 1,670억달러에서 올해는 1,060억달러로 36%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니혼게이자이는 각국 금융기관의 외환 담당자들의 말을 인용, 국제 투자가들 사이에서 장기채권이나 사채, 주식, 신흥시장에 대한 자금 운용을 회피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며 국제 금융시장의 앞날이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신경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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