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투자인가, 선행 투자인가’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대형조선소에 머물렀던 파도는 거제대교를 넘어 통영으로 들어서며 성동조선해양의 900톤 크레인에 부딪힌 후 사천 앞바다로 내달린다. 경남 통영에서부터 전남 신안까지 남해안이 조선 투자열풍에 휩싸여있다. 지난 24일 기자가 찾은 경남 통영과 사천은 더 이상 조용한 어촌이 아니었다. 900촌급 크레인이 움직이고 땅을 파서 도크 공사를 하는 등 여기저기 조선소 건설이 한창이다. 신생조선소의 선두주자인 통영 안전산업단지의 성동조선해양엔 자체 제작한 900톤 크레인이 바쁘게 움직이며 170K(17만DWT)급 벌크선의 블록을 옮기고 있다. 성동조선해양은 2008년 제2야드를 완공해 17만DWT 기준 연간 18~24척의 벌크선을 건조할 예정이다. 또 2009년 길이 640m, 폭 110m의 드라이도크를 완공, 2010년부터 VLCC급 유조선을 건조할 계획이다. 사천 항공산업단지도 조선열풍에 휩싸이며 항공ㆍ조선산업단지로 이름을 바꿔야 할 상황이다. 이곳에 입주한 SPP조선의 자회사인 SPP조선해양은 7만평 부지에 대규모 드라이 도크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길이 300m에 폭 86m의 드라이 도크는 지난해 6월 착공에 들어가 98%가량 공사를 마무리 짓고 내달부터 본격적으로 PC선(석유운반선) 건조를 시작할 예정이다. SPP해양조선은 이번에 완공되는 드라이 도크에 1,800억원을 투자했다. 조선소의 경쟁적인 투자결정을 놓고 ‘묻지마 투자’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호황기 너도 나도 조선업에 진출하며 자칫 과잉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일각에서는 80년대 초반 일본ㆍ한국 등 아시아권에 조선산업의 경쟁력이 밀리며 폐허가 된 미국 동부연안의 조선소 처럼 중국에 밀려 남해안이 조선소의 무덤이 되지 않을까 하는 극단적인 우려를 내놓고 있다. 실제로 급성장하는 중국 조선업체들의 첫번째 타겟은 국내 중소형 조선소들의 주무대인 벌크선, PC선. 호황기 투자이후 중국의 생산확대로 선가가 하락하면 수익성에 차질이 빚어진다. 입지여건이 고려되지 않은 마구잡이 투자도 문제다. 남해안 조선부지 부족으로 조선소 입지 조건이 아닌 곳에도 도크가 건설되고 있다. 실제 SPP조선의 사천 도크는 수심이 낮고 조선소에서 빠져 나오는 길목의 다리 때문에 데크(거주구) 작업 등 마무리를 하루 반나절 걸리는 통영까지 옮겨 작업을 하고 있다. 조선업체 고위 관계자는 “중국 조선소가 본격 수주를 하는 2009년 이후에는 대형조선업체의 경우 대형컨테이너, LNG 등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선종을 다변화하며 벌크선을 버릴 것”이라며 “선가가 좋은 경우에는 도크가 바로 선박이 되고 돈이 되지만 선가가 떨어지면 중소 신생조선업체부터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