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문가들은 이라크 무장단체에 의한 한국인 피랍 사건이 당장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라크 파병철회 논란이 재점화되고 파병철회로까지 이어질 경우 사회혼란이 커지는 것은 물론 가뜩이나 얼어붙은 소비심리에 찬물을 끼얹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라크 파병 결정 자체가 외국인 투자가들을 의식한 우호적인 한미관계 조성이 가장 큰 원인이었던 만큼 파병철회는 외국인 투자유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임지원 JP모건 상무=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지만 파병철회로 이어질 경우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보다는 이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사회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 최근 조사 결과 소비자신뢰지수가 매우 좋지 않은 것으로 나왔다. 특히 소득수준이 높은 계층도 소비심리가 잔뜩 움츠러든 것으로 나타났다.
파병철회로 인해 정부의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특히 고소득층의 소비는 더욱 위축될 수 있다. 소득수준이 높은 계층이 국가안보 등에 더욱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가들의 반응에 대해 단적으로 예측할 수는 없지만 지난해 파병 결정의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해본다면 향후 외국인 투자가들의 움직임과 관련한 추론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채정태 S&P 이사=파병 문제는 기본적으로 한국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최근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 보고서에서도 이라크 파병 문제는 한국의 신용등급 조정 여부와 무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스페인의 경우도 이라크 파병을 철회했지만 신용등급에는 변화가 없었다.
물론 대외적으로 파병원칙을 이미 천명한 만큼 이를 철회할 경우 국가 이미지에는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파병 여부는 한국정부가 판단할 문제이며 설사 파병을 철회한다고 해도 한국과 미국과의 관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이라크 현지에 나가 있는 기업들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현재 현대건설 등 많은 업체들이 이라크전후 복구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활발히 움직이는 상황이다. 그러나 피랍사건 이후 앞으로 근로자들을 이라크에 파견하기가 어려워져 현재 추진하고 있는 공사나 계약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피랍사건은 이라크에서 벌어진 것이지만 중동 지역 전반적으로 민족주의 색채가 강한 이라크 우호세력이 많이 퍼져 있는 만큼 여파가 중동 전체로 퍼져나갈 가능성도 있다. 한국이 친미주의 국가로 낙인찍히면 대중동 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이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