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초라한 MP3P 종주국

어떤 산업이건 최소한 3~4개 업체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1위 자리를 다툰다. 1위를 달리는 기업이 30~4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MP3플레이어 시장은 예외다. 애플은 9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MP3플레이어 누적 판매량이 1억대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애플은 지난 2001년 말 처음으로 아이팟 MP3플레이어를 내놓은 이래 단 10종의 모델로 세계 최고의 MP3플레이어 업체로 올라섰다. 애플은 현재 미국 시장에서 80%, 세계시장에서 60%의 점유율을 지키고 있다. 나머지 업체들은 아무리 잘해봐야 2위다. 애플이 찬란한 성과를 올리는 과정에서 국내 업체들은 하나씩 사라져갔다. 특히 2005년 말 파격적인 가격과 디자인을 채택한 아이팟나노가 나온 뒤로 상당수 국내 업체들이 문을 닫고 말았다. 애플의 가격 공세에 정면 대응하는 과정에서 수익성은 갈수록 나빠졌고, 이는 곧 경영난으로 이어졌다. 현재 국내 MP3플레이어 업계를 보면 참담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이제 상당수 MP3플레이어 업체가 우회상장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애플과 정면 승부를 펼치겠다는 기업이 많았지만 옛날 얘기일 뿐이다. 이제는 그나마 대기업인 삼성전자만이 애플과 승부를 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애플이 두려운 것은 단순히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많이 판매했기 때문은 아니다. 애플은 아이팟 신드롬을 일으키며 하나의 문화를 이끌어냈다. 아이팟 제품을 장착한 제품의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나이키의 순익이 7%가량 늘어날 정도다. 국내 MP3플레이어 업체들도 이제는 방향을 바꿔야 한다. 시장점유율 경쟁에 매달리기보다는 새로운 트렌드와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양덕준 레인콤 대표는 “애플의 아이팟이라는 브랜드를 뛰어넘지는 못하더라도 새로운 문화적인 신드롬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양 대표의 말이 현실로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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