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최북단, 금강산이 바라다 보이는 통일전망대 바로 못미처 화진포(花津浦)해수욕장에 있는 이승만·김일성·이기붕 세 사람의 별장이 지난 15일 일반에 공개됐다.38선으로 남북이 분단됐을 때 북쪽에 속했던 그곳에 김일성이 별장을 짓고 애용했는데 휴전 후 남쪽에서 그 지역을 차지하자 이번엔 이승만·이기붕 두 세도가가 별장을 삼았던 것이다.
화진포는 남북의 통치자가 서로 별장을 지을 만큼 경관이 빼어나다. 길이 1.7㎞ 폭 100M의 해수욕장은 모래가 곱고 동해안에서는 드물게 수심(水深)이 완만하다. 뒤로는 울창한 송림(松林)과 넓고 아늑한 호수를 끼고, 앞으로는 거북이 모양의 한점 금구도(金龜島)너머 망망 동해가 펼쳐진다.
김일성 별장은 해수욕장과 금구도가 한눈에 들어오는 산중턱에 위치했다. 산이라기보다는 바다쪽을 향한 소나무숲 언덕이라고 해야할 듯하다. 원래 지하 1층, 지상2층의 돌로 쌓은 집이었으나 전쟁 중 훼손되고, 지금은 그 자리에 26평 단층집으로 복원해 놓았다.
「역사안보 전시관」이라는 이름으로 오픈했기 때문에 주로 북쪽 전쟁도발의 실상을 알리는 사진과 자료가 전시돼 있다. 구경하는 사람들은 김정일이 6살 때 동생 김경희와 같은 또래 러시아 아이 둘과 별장 앞의 돌계단에 쭈그려 앉아 찍은 빛바랜 사진을 주목했다.
재래식 변기와 놋대야 하나가 썰렁하게 놓인 화장실과 김일성이 사용했다는 침대·책상·구식 전화 기등을 보며 한마디씩 화제를 삼았다.
이승만 별장은 해수욕장에서 200M쯤 호수쪽으로 들어간 언덕에 자리 잡았다. 솔밭과 호수가 한폭의 그림처럼 전개되는 명당이다. 58평의 집은 굳게 닫혔고 그 밑의 27평 집이 이번에 새로 꾸며진 듯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쓰던 낚싯대·벼루·붓·스미스 코로나 상표의 구형 타이프라이터 등이 눈에 띄었다.
이기붕 별장은 이승만과 김일성 별장의 중간, 호수에 면한 낮은 솔밭 속에 있다. 이승만 박사의 한시(漢詩)족자를 곁들인 12평 규모의 단출한 모습이었다. 그곳에는 일가족의 처참한 최후사진도 걸려있어 다시한번 인생무상(人生無常)을 느끼게 했다.
이승만·김일성의 별장터는 정자(亭子)라도 세울만한 기막힌 위치였지만 규모와 내용은 예상외로 작고 허름했다. 40,50년 전이었고 여러 제약이 있었겠으나 요즘의 우리 기준으로 보면 빈약했다. 그러나 또 하나의 볼거리가 관광자원으로 만들어진 것임에는 틀림없다. 비즈니스 감각이 없는 군(軍)관리에도 불구하고 하루 1,000명이 넘게 다녀간다고 한다.
/金容元(도서출판 삶과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