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이통·생명과학·신소재등 집중투자美불황등 경영환경 불투명 불구 '공격경영'
주요 대기업들의 내년 경영전략은 연구개발(R&D) 투자규모를 대폭 늘리는 한편 시설투자의 '선택과 집중'을 통한 경쟁력 강화로 볼 수 있다. 이는 불투명한 내년 경기전망을 감안하되 성장잠재력은 확보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R&D 늘리고 시설투자는 '선택과 집중'
삼성은 내년 그룹 전체로 올해보다 35% 증가한 8조8,000억원의 시설투자와 16% 늘어난 4조3,00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책정, 총 13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세웠다.
주요 시설투자 분야는 ▦300㎜ 반도체제품 생산을 위한 12라인 신설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5세대 6라인 신설 및 5세대 5라인 증설 ▦PDP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사업 및 구미 휴대폰 공장라인 증설 등이며 연구개발비는 기존제품의 고부가가치화, 브랜드 및 디자인 등의 소프트경쟁력 확대로 방향을 잡았다.
LG도 내년 R&D에 2조6,000억원, 시설확충에 4조8,000억원 등 총 7조4,000억원을 투자해 매출은 올해(112조원 추정)보다 7% 늘어난 120조원, 경상이익은 6% 증가한 5조3,000억원으로 목표를 세웠다.
LG의 연구개발비는 올해(2조1,000억원)보다 24% 늘어난 것으로 이중 80%는 디지털디스플레이, 차세대 이동통신, 정보전자소재, 생명과학 등 미래 승부사업 분야에 집중한다.
SK는 내년 매출목표를 올해보다 5~10% 늘어난 57조~60조원으로 예상, 시설투자를 올해 3조8,000억원에서 내년에는 4조원으로 5% 가량 증액하고 R&D 분야에서도 정보통신과 정밀화학 신소재 분야에 6,000억원을 투자, 올해(5,000억원)보다 20% 늘릴 계획이다.
현대자동차는 내년에 올해보다 10% 가량 늘어난 27조~28조원의 매출목표를 세우고 이중 5% 가량인 1조4,000억원을 R&D에 투자하는 등 총 2조원 가량을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특히 GM대우차의 본격적인 영업으로 경쟁이 가속화될 국내시장에 대한 마케팅 강화는 물론 미주와 서유럽ㆍ중국 등 해외시장 공략도 강화할 방침이다.
◇2원적 전략의 배경과 전망
대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계획은 전세계적 경제환경의 급속한 변화에 발맞춰 향후 5~10년 이후의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장기적 포석에 따른 것이라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2~3년 전부터 삼성과 LG 등이 주력하고 있는 기존사업 분야가 쇠퇴한 이후에 '무엇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라는 화두를 놓고 고민해온 것이 미래사업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계획으로 가시화됐다는 것.
삼성이 "내년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핵심 경영방침으로 정해 유망한 새 사업을 적극 발굴하고 미래 핵심제품과 차별화제품에 대한 투자를 계속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과 LG가 "내년에는 글로벌 경쟁시장에서 보다 확고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적극적인 경영전략을 전개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내년 국내외 경제가 이라크전쟁 발발 가능성, 세계 금융시장 불안정, 미국경기 불투명 및 통상마찰 심화 등 각종 악재로 인해 경영환경이 안개 속인 상태에도 불구하고 단기적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한 경쟁력 강화 차원으로 파악된다.
또 대기업들이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전개하고 상당 부분 특화된 수익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오면서 외화보유를 늘림에 따라 공격경영이 가능한 투자여력을 확보하게 된 것도 투자증대의 요인으로 볼 수 있다.
김영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기업의 시설투자나 연구개발비의 증가는 단기적 이익에만 급급하지 않고 미래를 위한 장기투자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며 "투자에는 리스크가 따르기 마련이지만 미래의 변화된 환경에 대비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내재된 리스크는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석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