枯死직전 일부 우량업체 잇단 회생
실리콘 밸리 `제2의 닷컴 시대`의 예고인가.
90년대 말 닷컴 붐에 편승, 성장가능성 여부의 검증 없이 `묻지마 투자` 행태를 보였던 벤처 투자가들이 최근 좀더 합리적인 접근 방식으로 닷컴 옥석 가리기에 나서면서 고사 직전에 놓였던 일부 우량 닷컴들이 `컴백(Come Back)`하고 있다.
인터넷 디지털 포토 사이트 `웹샷`은 지난해 모기업인 `익사이트앳 홈(Excite@home)이 파산신청을 냈을 당시 닷컴 거품 붕괴속에 사라지는 또 하나의 업체가 될 것으로 여겨졌었다. 그러나 웹샷의 창업자들이 모여 수익성 높은 새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이 회사는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최근 웹샷의 신규가입자수는 매주 15만명씩 늘어나는 추세. 일년 전에 비해 50%나 늘어난 수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유료 서비스에 접속하는 프리미엄 고객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
8개월전 웹샵은 익사이트 앳 홈으로부터 자사의 지분을 다시 사들여 완전 독립을 선언했다. 창업자중 한명인 나렌더 로쉘로는 “우리는 이제 사업적 측면에서 더 나은 안목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기존의 `이상`만을 내세우던 닷컴 기업들이 새로운 경영팀들을 구성, `현실적인 감각`을 더해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닷컴 거품과 함께 투자자들의 `충동적인 투자행태`도 사라졌다.
최근 최고급 와인을 인터넷을 통해 판매하는 와인 닷컴(Wine.com)에 900만 달러를 투자한 크리스 키츠는 “예전에는 무조건 `선발주자`에 막대한 돈이 몰렸지만 요즘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투자패턴이 좀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모습으로 바뀌면서 `끝까지 버틸수 있는` 장래성 있는 업체들에 자금이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처럼 닷컴기업들이 재기에 나서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 사업자인 `입스 엔터프라이즈(Yipes Enterprise)`의 경우 벤처 캐피털을 통해 지원받은 3억달러를 모두 날려 버린 뒤 결국 지난 4월 파산보호 신청을 내는 쓰라린 아픔을 겪었다.
이 회사는 결국 수백명의 직원을 감원하고 몇 개의 사무실을 폐쇄했으며 파산신청을 통해 각종 자산을 채권자에게 양도, 재무제표를 정리하는 자구노력을 벌였다. 끈질긴 설득 작업끝에 지난 7월 벤처캐피털로부터 5,400만 달러를 지원받은 입스는 이후 지원받은 자금을 그대로 유지하며 매달 10%가 넘는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 회사의 최고 경영자(CEO) 데니스 뮤즈는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절대로 달러를 쓰지 않는다”며 최근 회사의 비용 절감노력을 설명했다. IT버블 당시 매달 1,500만 달러 이상을 흥청망청 썼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회사측은 내년말쯤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이 같은 인터넷 업체들의 복귀는 닷컴 침체와도 연관이 있다. 시장이 극도로 침체되면서 자산가치가 크게 디스카운트 됐기 때문.
한 예로 웹샷의 경우 1999년 당시 익사이트 앳 홈에 8,250만 달러에 넘겼던 지분을 최근 240만 달러를 주고 되 사올수 있었다.
와인닷컴을 900만달러에 인수한 키츠는 `거저 얻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표현할 정도. 닷컴 전성기때만해도 와인닷컴은 2억 달러 이상을 호가했었다.
키츠는 와인 닷컴의 장래성에 대해서도 매우 확신하고 있는 상태. 이번 4분기부터는 흑자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최근 (업계에) 긍정적인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며 “이러한 기대가 현실화될 경우 인터넷 역사는 위대한 전환점을 맞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윤혜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