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G20 D-1] "美 양적완화, 세계경제 혼란 부를것"

서울대 국제문제硏 국제포럼<br>세계 석학들 "글로벌 자산버블 야기 우려" 한목소리 비판

"글로벌 경제위기는 실상 미국과 유럽의 문제일 뿐 신흥국과는 관련이 없다."(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지구연구소장) "미 연방준비제도의 양적완화정책은 미국인들의 부를 늘리지 못하고 소비도 촉진시킬 수 없다."(리카르도 레이스 컬럼비아대 교수)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이틀 앞둔 8일, 서울을 방문한 세계 유명 석학들이 미국에서 촉발된 통화전쟁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RB)의 양적완화정책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8일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가 글로벌 경제위기의 해결책을 모색하고 미국과 신흥국 간에 벌어지고 있는 통화전쟁의 영향을 논의하기 위해 '통화전쟁의 진행과 세계 경제 회복'이라는 주제로 마련한 국제포럼에서다. 첫 주제발표에 나선 제프리 삭스 소장은 "통화 팽창정책은 경제위기 극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FRB의 양적완화정책을 평가절하했다. 그는 "미국ㆍ유럽과 달리 신흥국 경제는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용어는 적절하지 않으며 엄밀하게는 '미국의 위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막대한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 인상을 통해 과잉소비를 줄이는 등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리더십 공백에 빠진 미국 정치가 이를 실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위용딩 중국 사회과학원 교수는 FRB의 양적완화정책이 미국 경제에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FRB의 달러 살포는 약달러를 유발해 미국의 수출을 늘리는 데 기여하겠지만 이는 미국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궁극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FRB가 공급한 유동성은 은행 대출을 통한 신용 창출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 채 결국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자산버블을 유발해 신흥국 중앙은행들을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FRB가 공급한 달러가 차입 확대를 통해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신흥국으로 유출되면서 세계 경제를 오히려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종화 고려대 교수도 "FRB의 양적완화정책은 신흥국 경제에 인플레이션과 자산버블이라는 리스크를 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스 교수는 "미국이 10년간 경기침체의 늪에서 허덕인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사례를 보면 통화 팽창정책은 소비와 투자 촉진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화폐 가치의 급격한 상승을 우려한 다른 국가들도 확장적 통화정책을 사용하도록 유도해 달러 가치 하락이라는 목표조차도 달성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는 세계 각국이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아시아 신흥국들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8.2%, 내년에 7.3%를 기록하는 등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나가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급격한 고령화와 기후변화로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면서 "하루라도 빨리 혼란에 빠진 국제금융시스템을 안정화시킨 뒤 기술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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