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리스트라

[데스크 칼럼] 리스트라 채수종 sjchae@sed.co.kr 일본은 비상(飛翔)하는데, 한국은 비상(非常)이 걸렸다. 일본은 사상 최장기 경기확장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반면 우리는 투자와 성장이 제자리걸음이다. 한쪽은 ‘잃어버린 10년’의 늪에서 빠져나오고 있고 다른 한쪽은 빠져들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과 일본의 이 같은 차이를 결정지은 키워드는 ‘구조조정’이다. 일본 경제는 지난 2002년부터 올 11월까지 사상 최장 기간인 58개월 호황이 계속되고 있다. 도쿄올림픽(64년)이 끝난 다음해부터 57개월 연속 호조를 보였던 ‘이자나기’경기(65년11월~70년7월)의 기록을 깼다. 日 사상최장 경기 호황 지속 이자나기는 일본 건국신화에 나오는 세상을 창조한 신으로 하늘과 땅, 해와 달, 바람과 곡식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일본인들이 60년대 엄청난 호황을 이자나기 경기로 부르는 것은 이 시기에 일본 경제가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자나기 경기 당시 일본은 연평균 10%의 고도성장을 하며 선진국 진입의 발판을 닦았다. 이자나기가 일본의 신화이듯, 이자나기 경기 역시 일본 경제의 전설이다. 그런 이자나기 경기를 넘어선 호황이 지금 펼쳐지고 있다. 이번 호황은 구조조정의 일본식 용어인 ‘리스트라(restructuring)’로 불린다. 구조조정의 힘이 신의 능력보다 앞선 것이다. 이 같은 일본의 경제호황 기조는 탄탄하다. 리스트라 효과에 의한 기업수익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인력감축이다. 그러나 리스트라는 인력감축 없이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인력 줄이기보다 생산효율성 높이기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회사는 조직원을 정년까지 보장하고 직원들은 오로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에 집중한다. 연간 2조엔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일본의 국민기업 도요타가 대표적이다. 도요타는 거품붕괴 시기에도 인력감축을 하지 않았다. 직원들은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매년 수만건의 제안을 하고 능동적으로 작업을 한다. 도요타 본사가 있는 도요타시 모토마치 공장에 가면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4개의 차종이 만들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자신이 만드는 차에 대한 자부심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도요타는 이제 세계 정상 도약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포브스는 최신호(12월11일자)에서 ‘2007년 투자가이드’를 통해 ‘일본 관련 주식’을 살 것을 권했다. 한국의 상황은 거꾸로다. 5년 연속 설비투자가 한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기업들이 활기를 잃고 있다. 대기업들은 노조의 동의가 없으면 새로운 투자는 물론 생산라인 하나도 조정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구조조정의 벽에 부딪혀 경기흐름을 제대로 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온 나라에 몰아치고 있는 부동산 ‘광풍’은 국난에 가깝다. 국가적 위기 상황이다. 블룸버그의 유명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페섹은 최근 한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답습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부동산 폭등을 잡지 못하면 90년대 일본의 재판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구조조정 서둘러야 위기 극복 또 일년 내내 계속되는 각종 폭력시위가 사회를 마비시키고 있다. ‘목소리 크면 절반은 이기고 들어간다’는 소리도 나온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법도 질서도 중요하지 않다. 어느 대형 자동차 회사 노조는 올 들어 벌써 여러 번 파업을 했다. 대부분 노조원들의 이익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파업이다. 2006년을 지나는 대한민국의 국력이 소진되고 있다. 이런 위기 상황을 기회로 살릴 방법은 구조조정이다. 개인은 물론 가정ㆍ기업ㆍ국가 차원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구조조정이 절실하다. 그래야 개인이 살고, 기업이 살고, 국가가 산다. 그래야 우리도 ‘단군경기’를 만들고 이를 넘어서는 ‘구조조정 경기’를 맞을 수 있다. 이제 올해도 한달여밖에 안 남았다. 입력시간 : 2006/11/2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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